로봇이 쓴 기사 얼마나 정교하길래…성인 절반은 구별 못 해

  • 동아닷컴
  • 입력 2016년 3월 14일 10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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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9단과 알파고의 대결로 인공지능 로봇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기사를 작성하는 인공지능, 즉 ‘로봇 저널리즘’이 화제다.

‘로봇 저널리즘’은 인간이 기사를 작성하는 절차를 분석해 만든 알고리즘을 이용해 로봇이 직접 자료를 검색하고 기사 작성까지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미국의 ‘LA타임스’, ‘로이터’ 등은 속보 기사의 일부를 로봇으로 대체하고 있다. 국내는 스포츠·경제 분야 등 형식과 틀이 일정한 기사를 중심으로 로봇 저널리즘이 시도되고 있다.

“두산은 6일 열린 홈경기에서 LG를 5:4, 1점 차로 간신히 꺾으며 안방에서 승리했다. 두산은 니퍼트를 선발로 등판시켰고…”

위 기사는 사람이 쓴 듯하지만 로봇이 쓴 기사다.

로봇이 자동 작성한 야구경기 기사 5개를 일반인들에게 보여주고 작성 주체가 ‘사람’인지 ‘로봇’인지 질문했더니 응답자의 평균 46%만 ‘로봇’이라고 정답을 맞혔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지난해 7월 24일부터 8월 10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600명을 대상으로 로봇저널리즘에 관해 실험했다고 14일 발표했다. 실험 결과는 ‘로봇저널리즘 가능성과 한계’ 보고서를 통해 공개됐다.

이번 조사에서 실험 참가자의 절반 가까이가 기사 자체만으로는 로봇과 사람 중 누가 쓴 기사인지 구분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로봇 알고리즘이 쓴 기사 5개를 제시한 뒤 작성 주체를 묻자 정답률은 각각 47.2%, 54.2%, 50.2%, 18.7%, 60.3%로 나타나 평균 46.1%를 기록했다.

특히 기사 품질에 대한 평가 결과도 로봇 기사와 사람이 쓴 기사 간 차이가 거의 없었다.

기사 작성 주체를 모르는 상태에서 실험자를 두 집단으로 나눠 한 집단은 로봇 기사를, 다른 한 집단은 사람이 쓴 기사를 읽게 했다. 이후 ‘잘 읽힌다’, ‘명확하다’, ‘정보가 많다’, ‘신뢰할 만하다’, ‘전문적이다’ 등 5개 항목에서 5점 척도로 기사의 품질을 평가했다.

5가지 항목 가운데 유일하게 ‘정보가 많다’는 항목에서만 사람이 작성 기사가 평균 3.43으로, 로봇 작성 기사(평균 2.99점)를 앞섰다. 나머지 항목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로봇 알고리즘이 저널리즘에 도입되면 편견 없는 뉴스 제작이 가능하겠냐는 질문에는 절반에 가까운 48%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부정적인 의견은 14%에 불과했다. 품질 경쟁력이 있다고 본 응답자도 28%로 집계됐다. 하지만 로봇 알고리즘이 언론의 비판·감시 기능을 떨어뜨리고 의미 없는 기사만 양산할 수도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각각 45%, 42%로 나타났다.

다만 손석희 jtbc 사장은 “로봇기사는 정형화된 기사”라며 “기자들은 정형화되지 않은 기사를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주희 동아닷컴 기자 zoo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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