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동’ 공무원 최고 파면… 연금 못받게 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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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처, 시행규칙 7일 입법예고… “소극행정으로 국민 피해 없어야”
現 해임보다 징계 강화… 감경도 안돼

물류업체인 A사는 2011년 5월 숙박시설을 짓기 위해 경기 B시에 건축허가를 신청했다. 그러나 B시는 법적 근거 없이 “주거지역 입구에 숙박시설이 들어서면 주거환경이 저해될 수 있다”고 자의적으로 판단해 반려했다. A사는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은 2014년 “B시의 반려처분이 정당한 근거 없이 이뤄졌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B시는 1년 6개월이 지나도록 허가를 내주지 않고 시간을 끌었다.

앞으로 특별한 이유 없이 인허가를 내주지 않거나 적절한 시기에 업무를 처리하지 않아 민원인이 심각한 피해를 볼 경우 담당 공무원은 파면까지 될 수 있다. 공직사회에 만연한 ‘소극행정’을 뿌리 뽑기 위해서다. 6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의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 개정안이 7일 입법예고된다. 개정안은 40일간의 입법예고를 거친 뒤 이르면 다음 달 중순부터 시행된다.

정부는 공무원들의 소극행정을 ‘그림자 규제’로 규정해 왔다. 규제 개혁안을 만들어도 현장에서 이를 실천하는 공무원들의 자세가 바뀌지 않는 한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달 17일 열린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규제로 의심되면 일단 모두 물에 빠뜨리고 꼭 살려야 할 규제만 살려야 한다”며 공무원의 인식 변화를 촉구했다.

지금까지는 업무를 고의로 소홀히 한 공무원은 직무태만으로 최대 해임까지 징계가 가능했다. 하지만 새로운 시행규칙이 적용되면 고의 여부와 관계없이 해야 할 업무를 처리하지 않아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공무원도 징계대상에 포함된다. 피해 여부에 따라 각 기관의 징계위원회에서 파면까지 시킬 수 있다. 파면이 확정되면 공무원연금을 받을 수 없다.

피해가 경미해 경고나 주의 처분을 받아도 인사상 불이익을 받는다. 경고는 1년간 근무평정, 해외연수 등 교육훈련, 포상 대상자 추천에서 불이익을 주고 주의는 1년간 포상 대상자 추천에서 제외된다. 소극행정으로 징계를 받으면 음주운전이나 성폭력 금품수수 등과 마찬가지로 나중에 수위를 낮출 수 없도록 했다. 그 대신 규제 개혁 등 국정과제를 처리하다 일부 절차를 어긴 ‘적극행정 과실’의 경우 징계 수위가 한 단계 감경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반신반의’하는 목소리가 많다. 소극행정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상급자가 어떻게 생각할지 눈치 보기만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은 “적극행정으로 과실이 발생하면 징계 자체를 피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적극행정을 인정하는 제도가 획기적으로 보완되지 않으면 소극행정을 뿌리 뽑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공무원#파면#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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