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파워기업]교통시설물 전문 생산… 2, 3년내 국내 최고 도약

  • 동아일보

<28> 한길엔지니어링

울산 울주군 반천산업단지 내 교통시설물 제작 전문회사인 ㈜한길엔지니어링에서 근로자가 자동화 시스템으로 신호등을 제작하고 있다. 이 회사는 ‘회전식 신호등’으로 특허를 받는 등 교통시설물 분야에서 다양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울산 울주군 반천산업단지 내 교통시설물 제작 전문회사인 ㈜한길엔지니어링에서 근로자가 자동화 시스템으로 신호등을 제작하고 있다. 이 회사는 ‘회전식 신호등’으로 특허를 받는 등 교통시설물 분야에서 다양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울산 남구 부곡동 외국인 투자기업단지에 있는 한 화학플랜트 설비 제조회사. 이 회사는 2007년 1월 중국 샤먼(廈門) 시의 화학회사로부터 화학원료 반응기 4기를 수주했다. 기당 가격이 80억∼100억 원인 반응기는 지름 10m, 길이 18.5m, 무게 476t에 이르는 대형 설비다.

울산공장에서 반응기를 만들어 7km가량 떨어진 울산항을 통해 선박으로 중국으로 보낼 계획이었다. 하지만 울산항까지 육로로 운송하는 데 문제가 생겼다. 도로(폭 9m) 양쪽으로 전봇대와 신호등, 통신케이블, 중앙분리대 등 육로 운송 장애물이 많았다. 수출 기한이 다가오고 있었지만 울산시와 한전, 통신회사 등에서는 서로 책임을 떠넘겼다. 결국 이 회사는 신호등과 전봇대를 뽑고 전선을 절단해 중앙분리대를 철거한 뒤 육로 운송을 할 수 있었다. 육로 운송을 마친 뒤 원상복구에 소요된 비용은 약 5000만 원. 이 회사가 겪은 사연은 “수출길 가로막는 ‘규제 전봇대’ 울산에도…”라는 제목으로 동아일보에 소개됐다(2008년 1월 22일자 A13면 보도).

울산시는 이 보도 이후 대형 구조물 제조업체가 많은 공단 주변 도로의 신호등을 고정식에서 회전식으로 바꿨다. 전선과 통신케이블은 한전과 통신회사가 협의해 지중화(地中化)했다. 대형 구조물 수송을 원활하게 하도록 중앙분리대는 아예 없앴다.

당시 고정식 신호등을 회전식으로 교체하는 데 일등공신이던 회사가 울산에 있다. 울산 울주군 언양읍 반천산업단지 내 교통시설물 전문 생산회사인 ㈜한길엔지니어링(대표 양기권). 이 회사는 울산공단에서 고정식 신호등 때문에 대형 구조물 운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보고 회전식 신호등을 개발했다. 경남 창원공단에서 신호등에 밧줄을 걸어 당겨 회전시키는 방법은 있었지만 간단한 스위치 조작으로 신호등을 원하는 각도만큼 회전시키는 것을 개발하기는 이 회사가 처음이다.

‘회전식 신호등주(柱)’는 2008년 6월 특허청으로부터 특허등록(제10-0836263호)을 받았다. 현재 회전식 신호등은 울산공단에만 80기 설치됐다. 또 경북 포항 제3영일만 산업단지와 충남 홍성 일반산업단지, 전남 율촌산업단지 등 대형 구조물 제조업체가 밀집된 공단에 150여 기 설치됐다. 조달청은 이 회사의 회전식 신호등을 우수 제품으로 지정했다. 신호등을 지탱하는 와이어도 없앴다. 기존 신호등은 쇠기둥에 와이어 2, 3개를 연결해 지탱하는 방식이나 고강도 기둥을 사용한 것이다. 도시 미관을 해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도심형 교통신호등주’도 2013년 10월 특허등록을 받았다. 교통표지판도 자동 회전식으로 만들어 2011년 4월 특허등록을 받았다. 특허와 함께 이 세 제품은 특허청으로부터 디자인등록도 받았다.

2006년 2월 울산 울주군 웅촌면에 설립된 한길엔지니어링은 지난해 매출 60억 원인 중소기업. 전국의 신규 공단 조성 지역에서 회전식 신호등 주문이 이어지고 매출도 급증하자 최근 본사와 공장을 울산 반천산업단지로 옮겼다. 종전 공장 부지보다 6배 이상 큰 규모에 터를 잡았다. 새로운 교통시설물 연구가 현재 완성 단계여서 조만간 특허등록을 할 예정이다. 양 대표는 “교통시설물은 안전이 최우선이면서 동시에 편리해야 한다”며 “끊임없이 연구 개발해 2, 3년 내에 국내 최고의 교통시설물 전문 회사로 도약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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