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高 몰락… 평준화체제 무너져”

  • 동아일보

서울교육청, 용역 연구결과 발표

1974년부터 정권이 바뀌는 것과 관계없이 일관되게 유지돼 온 고교평준화 체제가 붕괴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수목적고와 자립형사립고가 강세를 보이고 일반고는 침체돼 수직적 서열 체계가 굳어졌다는 게 이유다. 김경근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연구팀이 최근 서울시교육청에 제출한 ‘초·중등교육 정상화를 위한 고교 체제 개편방안 연구 보고서’의 주 내용이다.

시교육청이 24일 공개한 이 보고서는 현재의 고교 체제와 고입 전형이 학교 간 양극화를 심화시키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외국어고와 국제고, 자사고를 일반고와 통폐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목고와 자사고는 학교 간 교육 여건을 균등화한다며 평준화를 도입한 뒤 그 보완책으로 등장했다. 하지만 이제 그 학교들이 일반고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우수한 학생을 전기에 특목고와 자사고가 선점하는 현행 고입 전형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서울 일반고 183곳의 교사 759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일반고 위기의 원인으로 “중학교 성적이 높은 학생이 오지 않았다”(91.0%)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보고서는 또 일반고에는 특목고나 자사고에 비해 저소득층 비율이 높아 더 침체된다고도 지적했다. 특목고나 자사고에 가기 위한 경쟁이 초등학교 때부터 치열해 초중등교육 정상화에도 문제가 생긴다고 했다.

일반고를 살리고 고교 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특목고나 자사고 폐지를 주장하는 의견은 계속돼 왔다. 특히 이 주장은 좌파 성향 교육감을 중심으로 유지돼 왔다.

그러나 특목고나 자사고를 없애는 방식으로는 일반고가 살아날 수 없다는 지적도 많다. 특목고나 자사고가 우수한 학생을 받아서 교육이 잘되는 측면도 있지만 그보다는 교사들의 열정이 우선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배영찬 한양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교사가 ‘학생들 수준이 떨어져서 안 된다’ ‘학원에서 공부하고 오라’는 식으로 대하지 않고 끈기를 갖고 가르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방적인 특목고와 자사고 폐지 주장이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많다. 박주호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는 “선택권을 가져야만 학교는 해당 학생에 대한 책임감이 생기고 학생도 열정이 생겨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고교 체제나 입학전형을 바꾸는 건 대통령령을 개정해야 해 교육부가 추진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일반고에 특목고나 자사고처럼 교육과정이나 예산을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자율권을 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일반고인 서울 B고 교장은 “특목고나 자사고는 학생들 실력이 비슷하지만 일반고에는 1등부터 꼴찌까지 다양하다”며 “정부의 일반고 살리기 대책도 일률적으로 할 게 아니라 학교가 자기네 사정에 맞는 아이디어를 내면 적극 지원해주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일반고#평준화#서울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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