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의료산업 진출 ‘물꼬’…국내 대형병원 시큰둥한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4일 16시 30분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이 20~23일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해 의료분야 협력 및 중동 진출 계약 등을 추진하고 돌아왔다. 하지만 국내 대형병원 표정은 밝지 않다. “잘 뜯어보면 중동은 한국 의료계가 건질 게 별로 없는 시장”이라며 시큰둥해하는 분위기다.

복지부는 “사우디아라비아가 국가 방역통제센터를 설립할 때 우리나라의 질병관리본부와 보건복지부에 자문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협력합의서(FOC)를 체결했다”고 24일 밝혔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의 발원지이기도 한 사우디아라비아는 한국의 질병관리본부와 같은 방역통제센터가 없어 현재 설립을 추진 중이다. FOC는 양해각서(MOU)보다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담은 합의다. FOC에는 양국의 병원 및 의료진이 교류하는 내용은 물론, 한국의 의료정보시스템(HIS)을 사우디아라비아의 공공병원 300여 곳에 구축하는 방안 등이 포함됐다.

또 복지부는 정 장관의 UAE 순방을 통해 국내 화상전문 병원 ‘베스티안’이 UAE 보건부 산하 ‘알카시미병원’에 진출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정 장관의 중동 순방은 1년 전 박근혜 대통령 방문 시 맺었던 의료분야 협력 및 중동 진출 계약 이행과정을 중간 점검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해 말 통과된 의료해외진출법을 계기로 후속 사업에 속도를 내기 위한 목적도 있다. 의료서비스의 해외 진출은 정부가 집중 추진하는 원격의료와도 맥이 닿아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와 분당서울대병원 등이 포함된 컨소시엄이 맺었던 700억 규모의 사업 중 현재 킹압둘자지즈 소아병원 등 2개 병원에 IT 정보 시스템 구축이 완료됐고 의료진 60여 명이 파견됐다. 제약 분야에서는 제약단지 설립 및 의약품 수출 양해각서 등을 체결한 4개 제약사(비씨월드, JW홀딩스, 종근당, 보령제약)들이 관련 사업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아직 성과가 미미하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국내 대형병원들은 중동 진출 및 투자에 소극적이다. 최근 국제사회의 대이란 규제 완화 및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계기로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이란 시장 진출을 놓고도 마찬가지다.

한때 중동진출을 고려했던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우리는 현지에서 직접 병원을 운영하길 원하지만, 중동 병원 측은 노하우만 전수해주길 바라기 때문에 진출 논의 자체가 지지부진하다”라고 밝혔다. 이 병원은 현지진출보다는 중동 환자를 한국에 데려와서 진료하는 인바운드 형식의 의료사업만 추진하고 있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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