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급규제에 재정 묶인 하나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2월 교사 급여 뒤늦게 지급, 왜?

자율형사립고인 서울 은평구 하나고등학교가 교직원 급여를 제때 주지 못하는 사태를 맞으면서 서울시교육청의 재정 조치가 과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학교가 140억 원 상당의 수익용 기본재산을 보유하고 있는데도 2억5000만 원 정도의 급여도 주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22일 서울시교육청과 하나고에 따르면 하나고는 이달 초 인건비와 공과금 등을 지불하기 위해 예금 중 16억 원을 쓰겠다며 서울시교육청에 수익용 기본재산 처분 허가를 신청했지만 거부당했다. 월급날인 19일 교직원 급여를 주지 못한 하나고는 22일 각종 경비를 모아 급여를 우선 지급했지만 조만간 지급해야 할 퇴직금, 상여금, 학교 부지 임차료 등 13억 원가량은 충당할 방법이 없다. 하나고는 서울시의 은평뉴타운 학교 유치 정책에 따라 하나금융그룹으로부터 연간 25억 원의 재정 지원, 서울시로부터 연간 4억8600만 원의 장학금 지원 약속을 받고 2010년 3월 개교했다.

하나금융그룹은 학교 설립비 등으로 800억 원 이상을 하나고에 출연했지만 뒤늦게 금융위원회에 발목이 잡혔다. 금융위가 2012년 ‘하나고 입학 정원의 20%를 임직원 자녀전형으로 운영하는 것은 대가성에 해당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려 하나금융그룹의 지원을 막은 탓이다. 비금융 분야의 기업이 세운 자사고들은 정원의 최대 70%까지 임직원 자녀전형을 실시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자사고가 전형별 모집인원을 결정하는 것은 자율적으로 학생선발권을 행사하는 것”이라며 임직원 자녀전형은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하나고는 “헌재도 인정한 사학 자율권이 금융위의 과도한 규제 때문에 침해당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는 은평뉴타운 학교 유치 조건으로 하나고와 50년간 90명에게 1인당 540만 원의 장학금을 지급하기로 업무협약을 맺었다. 하지만 서울시의회는 특혜라며 2012년부터 장학금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이에 하나고는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2일 시의회의 예산 삭감으로 지급되지 않은 장학금 5억400만 원을 전액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나고 관계자는 “관계 기관의 요구 조건을 다 맞춰 설립 인가를 받았는데 소급 규제를 받고 있다”면서 “특히 학교가 가진 재원조차 못 쓰게 하는 서울시교육청의 행태는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하나고가 안정적으로 자금을 확보하려면 하나금융그룹의 출연을 막고 있는 임직원 자녀 특별전형을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균 foryou@donga.com·유덕영 기자
#하나고등학교#소급규제#교사급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