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삼성전자 광주사업장 ‘家電 라인’ 해외이전 비상

  • 동아일보

냉장고 이어 세탁기 베트남 이전… “생산라인 또 추가로 옮기나” 우려
협력업체들 광주시에 대책 요구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이 가전제품 생산라인 일부를 해외로 옮기기로 해 지역 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냉장고 생산라인을 베트남으로 보내기로 한 데 앞서 세탁기 생산라인을 이미 폐쇄하고 해외로 이전하기로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협력 업체들이 동요하고 있다. 광주시는 사업장 이전에 따른 특별대책반을 구성하고 지역 경제에 미칠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 생산라인 잇단 해외 이전


1989년 설립된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에는 4900명이 근무하며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가전제품을 생산해 연간 4조8000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광주 지역내총생산(GRDP)의 17.5%로 지역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연간 지방세 납부액도 300억 원에 달해 광주지역 사업체 중 1위다.

25일 삼성전자 광주사업장과 협력 업체 등에 따르면 광주사업장은 세탁기 생산라인 2개를 가동했지만 지난해 말 1개 라인 운영을 중단했다. 가동을 멈춘 세탁기 생산라인은 광주사업장에서 철거돼 베트남 이전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은 냉장고 생산라인 3개 중 겨울철에 가동하지 않는 1개를 베트남으로 옮기기로 했다.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의 세탁기 생산라인 이전은 냉장고 라인과는 경우가 다르다. 유휴 설비가 아닌 가동 중이던 생산라인을 해외 이전을 위해 철거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베트남 호찌민 동부 사이공하이테크파크(SHTP)에 26억 달러를 투자해 70만 m² 규모의 소비자가전 복합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0년 완공되는 베트남 복합단지에서 SUHD TV를 비롯해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등 가전제품을 생산한다. 지역 경제계는 베트남 복합단지에서 생산하는 품목이 광주사업장 생산 품목과 겹쳐 광주사업장 생산라인이 추가로 이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1년 광주사업장의 세탁기 일부 생산라인을 멕시코로 돌렸다가 국내로 가져와 다시 중국으로 옮겼고 2014년에는 청소기 생산라인을 해외로 이전했다.

○ 협력 업체 대책 마련 시급


삼성전자 광주사업장 생산라인 해외 이전으로 큰 타격을 받게 될 협력 업체들은 현실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요구했다.

삼성전자 협력 업체들은 최근 광주시가 마련한 간담회에서 금융 지원 확대, 지방세 감면, 판로 확보, 전문 컨설팅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냉장고 마감재를 생산하는 A사는 “이미 수년째 삼성전자 물량 감소로 회사 매출이 하락해 융자 금리 인상에 따른 운영상 어려움이 많다”며 금융 지원을 늘려 줄 것을 요청했다. 2차 협력 업체인 B사는 “기존 설비 인프라를 활용해 아파트 내부 인테리어 자재 및 가구 제작으로 업종을 전환할 계획”이라며 “초기 투자 비용 등 간접비용 절감을 위해 지방세 감면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이에 따라 광주시는 15개 시중은행에 대출금 회수와 상환 기한 연장 등을 요청하기로 했다. 29일에는 7개 은행 지역 책임자들과 간담회를 열어 지역 중소기업 경영 안정을 돕는 방안을 강구할 예정이다. 광주은행은 36개 삼성전자 거래 기업에 대해 유동성 관리를 위한 만기 연장과 거래 규모, 신용등급에 따른 신규 자금 지원, 정책자금 지원, 금리 우대 등을 통해 금융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광주테크노파크는 다음 달 1일 삼성전자 광주사업장 협력 업체와 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토론회에는 한국전력 관계자도 참석해 협력 업체들의 에너지·수소차 분야 업종 전환 시 협력 체계 구축 등을 논의한다.

삼성그룹은 금명간 그룹 고위 관계자가 광주를 방문해 광주사업장의 설비 이전과 관련한 내용을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