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발묶이고 등산객 조난 속출
부산 한때 풍랑주의보에 국제선 결항… 길거리 취객, 저체온증으로 사망
제주 전력수요 역대 최고치, 21일 大寒… 서울 영하 10도
사흘째 이어진 ‘극한 한파’가 한반도를 꽁꽁 얼렸다. 전국이 냉동고로 변하면서 한파로 인한 사건 사고도 이어졌다.
18일 한파와 강풍으로 설악산 중청대피소에 대피한 뒤 고립됐던 등산객 8명은 20일 오전 극적으로 구조됐다. 일행 중 일부는 체감온도가 영하 50도에 가까웠음에도 불구하고 가벼운 운동화와 면바지 차림으로 등산에 나섰다가 조난당했다. 혹한의 날씨에 등산객뿐 아니라 이들을 구하러 나섰던 구조대원들도 모두 동상을 입었다.
전남 화순군에서는 등산객 4명이 조난당했다가 9시간 만인 20일 새벽 극적으로 구조됐다. 이들은 전날 대설주의보가 발효된 상태에서도 절경으로 유명한 이서적벽에 올랐지만 결국 눈 때문에 하산하지 못한 채 구조를 요청했다.
이날 새벽 경기 성남시의 한 아파트에서는 전기 공급이 끊겨 800여 가구가 4시간 동안 냉방에서 떨어야 했다. 특히 자동 출입문 작동이 멈춰 주민들이 집에 들어가지 못한 채 바깥에서 떨며 기다리기도 했다. 전날인 19일 오전에는 부산 사상구에서 김모 씨(75)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김 씨가 술을 마신 뒤 길거리에서 잠들었다가 저체온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제주지역에선 한파와 폭설이 겹쳐 19일 전력수요가 80만3000kW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전까지 최고 전력량은 지난해 2월 9일의 76만2000kW였다.
20일 오전까지 강풍·풍랑주의보가 내려졌던 부산지역에서는 전날인 19일 일본행 국제여객선 6척이 결항됐다가 20일부터 정상 운영됐다.
한파특보에 건조특보까지 내려진 강원 강릉시에서는 19일 오후 7시경 산불이 발생해 5시간여 만에 간신히 진압됐다. 소방과 산림 당국, 경찰, 시 등 300여 명과 소방차 14대가 투입됐지만 날이 어두운 데다 바람까지 강하게 불어 소방헬기가 뜨지 못해 진화에 애를 먹었다. 강원 화천군의 산간마을에서는 간이 상수도가 얼어붙어 물 공급이 끊겼다. 화천군은 19일부터 식수차를 이용해 하루 30t가량의 생활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한편 절기상 대한(大寒)인 21일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0도를 보이는 등 전국에 강추위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추위는 한동안 계속돼 일요일인 24일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6도까지 내려가며 절정에 이른 뒤 차츰 평년 기온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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