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냉동실… 피해 잇따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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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 “생물 생선 진열하자마자 얼어” 가게 울상
펑펑… 수도관-보일러 터져… 주민 난방중단 덜덜
펄펄… 배달앱 통한 주문은 30% 이상 늘어 ‘대목’

“분명히 생물 오징어를 가져왔는데 스티로폼 박스를 여니 30분 만에 냉동 오징어가 됐어요.”

살을 에는 한파가 몰아닥친 19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에서 생선가게를 하는 채모 씨(32)는 “오징어뿐 아니라 생굴, 삼치, 방어가 꺼내자마자 전부 얼어버려 제값을 받을 수 없게 됐다”며 울상을 지었다. 이날 서울지역의 기온은 오전 영하 14도, 한낮에도 영하 8도에 머물러 사실상 하루 종일 ‘냉동실’ 상태였다.

한파특보가 내려진 전국 곳곳에서 맹추위로 인해 각종 피해가 이어졌다. 여느 해보다 따뜻한 겨울이 지속되다 갑작스레 한파가 찾아오면서 시민들의 체감기온은 더욱 낮아졌다.

수도관이 파열되고 차량 배터리가 방전되거나 난방 공급이 멈추는 사고가 폭주했다. 보일러 수리업체들은 “수리 요청이 평소의 2∼3배나 들어와 비상근무체제를 가동하고 있다”며 바쁘게 움직였다. 갑작스러운 추위에 일부 편의점은 외부에 설치한 음료 자판기의 급수관이 얼어 작동되지 않는 바람에 전전긍긍하기도 했다.

체감온도 영하 11.6도를 기록한 부산에서는 바람도 세차게 불어 전날부터 이틀간 약 60건의 강풍 피해가 접수됐다. 이날 오전에는 부산진구 관내 상수도관이 파손되면서 인근 도로가 얼어붙어 통행 차량들이 큰 불편을 겪기도 했다. 전남 영광군에서는 김모 씨(56)의 양식장에서 숭어들이 한파에 집단 폐사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강원도는 19일부터 설악산 오대산 치악산 등 도내 3개 국립공원의 입산을 통제했다. 가장 추웠던 설악산의 경우 최저기온이 영하 27.9도까지 떨어졌는데 강풍 탓에 실제 체감기온은 영하 50도 가까이로 곤두박질쳐 사고 위험이 높았기 때문이다.

전국의 소방서는 ‘한파 노선’을 가동해 하루에 세 번 관내 취약지역을 순회했다. 추운 날씨에 병원에 가기 힘든 어르신들과 중증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건강과 안전을 체크하기 위해서다. 24시간 운영되는 서울역 노숙인쉼터 ‘희망지원센터’에는 18일 밤부터 19일 아침까지 평소의 2배가량 되는 100여 명의 노숙인이 몰려와 추위를 피했다.

반면 겨울축제는 제철을 만났다. 22일 태백산 눈축제 개막을 앞두고 있는 태백시는 대형 눈 조각이 녹아내릴 걱정에 노심초사하다 19일 최저기온이 영하 17.6도까지 떨어지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경기 포천의 백운계곡 동장군축제는 21일 끝날 예정이었으나 다음 달 9일까지로 연장됐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업체들도 대목을 맞았다. 야식 생각이 한창 들 시간대인 19일 오전 1시경, ‘배달의 민족’ 상담원은 “추위 때문인지 평소보다 30% 이상 주문이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호남지역 등 폭설이 내린 곳에서는 일부 배달음식점이 교통 정체와 사고 우려 때문에 배달 서비스를 잠시 멈추기도 했다.

한편 19일 낮 12시 48분경 전북 정읍시 북면 호남고속도로 상행선 정읍휴게소 부근에서 22중 추돌사고가 발생해 1명이 중상, 3명이 경상을 입었다. 경찰은 전날부터 내린 눈 때문에 얼어붙은 도로에서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전국종합
#한파#한파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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