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가학산에서 붉은 원숭이해 기운 맛보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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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군 휴양림에 위치한 사육장 일본긴팔원숭이 6마리 관광명물로

전남 해남군 계곡면 가학산자연휴양림 사육장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는 일본긴팔원숭이들이 30일 사육사가 주는 먹이를 받아먹고 있다. 해남군 제공
전남 해남군 계곡면 가학산자연휴양림 사육장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는 일본긴팔원숭이들이 30일 사육사가 주는 먹이를 받아먹고 있다. 해남군 제공
“가학산에서 붉은 원숭이해의 기운을 느껴보세요.”

월출산국립공원 남쪽 끝자락으로 전남 해남군 계곡면에 위치한 가학산(해발 575m)은 학이 날아오르는 형세다. 가학산 깊은 산속 휴양림에는 좀처럼 보기 드문 일본긴팔원숭이 6마리가 노는 50m² 규모의 사육장이 있다.

원숭이 일가족 6마리가 가학산에 정착한 사연도 흥미롭다. 원숭이 6마리 중 할머니뻘인 ‘해남이’(18∼19세 추정)가 처음 이곳에 정착했다. 해남이는 2001년까지 가학산에서 7km 떨어진 전남 영암군 학산면 한 놀이시설에 있다가 그해 11월 우리를 탈출해 가학산으로 달아났다. 해남이는 등산로에서 등산객의 먹을 것을 뺏는 등 가학산 사고뭉치가 됐다. 해남군 공무원, 119소방대원 등이 수차례 포획을 시도했으나 영리한 해남이는 번번이 빠져나갔다. 야생 상태에서 6년이나 산 해남이를 2007년 모성애를 자극해 유인하는 방법으로 포획했다. 가학산의 임시 우리에 새끼 원숭이를 넣어 놓고 유인한 것. 해남이는 원래 소유주인 놀이시설이 부도가 나는 바람에 해남군이 맡을 수밖에 없었다.

해남군은 해남이가 말썽꾸러기로 유명해지자 잘 길들이면 관광 명물이 될 수 있다고 보고 가학산 휴양림에 보금자리를 만들어줬다. 포획 직후 3개월 동안 ‘순화교육’을 받은 해남이는 대전에서 온 수컷(20세 추정)과 보금자리를 꾸몄다. 이후 해순이를 비롯한 암컷 두 마리를 낳았고 이어 해순이가 수컷, 암컷 한 마리씩을 출산해 가족이 여섯으로 늘었다.

일본원숭이가 보통 25∼30년을 사는 것을 감안하면 해남이는 다소 나이가 많은 편이다. 해남군은 내년에 76m² 규모의 자연친화형 사육장을 지어 해남이 일가족이 이곳에서 지낼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근친교배를 막기 위해 새로운 식구를 맞아들이는 방안 등을 모색하고 있다.

손준민 가학산자연휴양림 관리소장(46)은 “내년 봄에 새로 이사하는 사육장은 현재 우리보다 넓고 천장이 개방돼 햇볕이 잘 들고 주변에 수목도 있다”며 “원숭이해를 맞아 해남이 가족을 보러 오는 관광객이 더 많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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