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한 해 서울의 모습은 조금씩 달라졌다. 말 많던 서울역 고가는 결국 폐쇄됐고 시내 곳곳에 ‘따릉이(공공자전거)’가 등장했다. 또 심야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기자회견, 광화문광장 태극기 게양대 설치, 청년수당 등을 놓고 정부와 서울시의 갈등도 불거졌다. 서울시를 담당하는 본보 시청팀 기자들이 올해 서울시정(市政) 가운데 베스트와 워스트를 5개씩 선정했다. 독자 여러분의 내년 ‘서울살이’가 조금 더 풍성해지길 바란다. 》
올해 10월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공공자전거 ‘따릉이’ 발대식에 참가한 시민들이 힘차게 자전거를 타고 있다. 따릉이는 서울 시내 5곳에 2000대가 마련됐다. 동아일보DB
○베스트5
① 현장서 찾은 ‘일자리 대책’
무게 8.5kg 맥주상자를 척척 옮기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모습은 영락없이 늦깎이 ‘알바생’이었다. 10월 한 달 동안 ‘일자리 대장정’에 돌입한 그를 두고 “이벤트성 행사를 펼친다”는 비난도 많았다. 하지만 시장이 직접 현장에서 일자리 문제를 고민했다는 것은 높이 평가받았다. 올해 흘린 땀이 내년엔 좋은 일자리 정책으로 영글기를 바란다.
② ‘한강몽땅 축제’ 인기몰이
38일간 열린 ‘한강몽땅’ 여름축제를 찾은 이는 무려 1100만 명. 모든 서울시민(1037만 명)이 한 번 이상 ‘한강 피서’를 즐긴 셈이다. 유명 가수들의 공연, 영화에 서커스까지 무료로 즐겼으니 한강의 여름은 풍성하고 행복했다. 서울 대표 축제를 넘어 외국인 관광객도 골라 찾는 대한민국 대표 축제로 성장하기를.
③ 메르스 선제적 대응
메르스 위기가 한창이던 6월 4일 오후 10시 반 박 시장은 긴급 브리핑을 열어 35번 환자의 동선을 깜짝 공개. ‘섣부른 공개’라는 비판도 많았지만 불안감으로 혼란스럽던 시민들 사이에서는 정보공개에 긍정적인 반응도 많았다. 추후 지방자치단체에 메르스 확진 권한이 위임되는 등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 분담과 공조를 이끄는 결과를 도출.
④ ‘따릉이’가 나갑니다
10월부터 광화문, 여의도 등 5개 지역에서 2000대의 공공자전거 ‘따릉이’의 운행이 시작됐다. 3만 원짜리 1년 정기권만 끊으면 언제, 어디서나 타고 내릴 수 있다. 자전거 전용도로도 부족하고, 서울 일부에만 설치됐지만 싸고 편리한 이용방법에 자출족(자전거출근족)은 환영했다. “따릉이 타고 미세먼지 걱정 날려 버립시다.”
⑤ ‘녹색도시’에 한 걸음 성큼
서울시가 9월 공개한 2014년 한 해 서울 전체 전력소비량은 4만5019GWh로 전년보다 3.3% 감소. 2년 연속 전력소비량이 줄었다. 태양광발전기 보급, 에코마일리지 확대,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교체, 건물에너지 효율사업 등으로 에너지 다이어트에 성공한 것. 이는 많은 시민의 참여로 이룬 성과였다. 모두에게 박수를∼.
국내 최초의 돔 야구장인 고척 스카이돔은 화려한 외관에도 불구하고 비좁은 좌석 간격 등 여러 문제가 불거지면서 ‘최악의 돔 구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동아일보DB
○워스트5
① 현장 외면한 ‘서울역 고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서울역 고가도로가 공원화를 위해 13일 결국 폐쇄. 정부와 서울시의 이견, 고가 폐쇄 뒤 이어진 교통정체, 봉합되지 않은 남대문시장 상인들의 불만 등 대부분의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아직 고가 보수에는 손도 안 댔는데 이미 너도나도 지친 형국. 2017년 준공 목표를 맞추는 것보다는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것 잘 아시죠?
② ‘아이 서울 유’ 괜찮나요?
아이 서울 유(I·SEOUL·U)가 서울시 새 브랜드가 된 후 반대 여론이 들끓었다. ‘아이 인천 유(너를 파산시키겠다)’ 등 각종 패러디가 이어지면서 패러디 공모전까지 열렸다. 하지만 서울시는 ‘노이즈 마케팅’으로 해석하며 “괜찮아유. 곧 익숙해질 거예유”라며 느긋한 입장. 멘털 갑(甲)인 건지, 귀를 막은 건지….
③ 휘날리지 못한 ‘광화문 태극기’
광화문광장에 추진 중이던 태극기 게양대 설치가 결국 무산. 서울시는 국가보훈처에 광화문광장 근처 시민열린마당에 한시적으로 설치하거나 정부서울청사 등 정부 땅에 설치할 것을 통보했다. 여론조사에서 87%가 태극기 설치에 찬성했지만, 서울시는 9명으로 구성된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에서 반대했다고 불허. 시민이 시장이라더니, 그 위에 위원회가 있었네.
④ 겉만 번지르르 ‘고척 스카이돔’
최첨단 우주선 모양의 최첨단 하이테크 외관. 하지만 내부는 국내 최초 돔구장이라고 소개하기에 부끄러울 정도였다. 2713억 원을 들여 지었는데 연간 유지비만 80억 원에 달해 문 열자마자 애물단지가 됐다는 평가다. 이 와중에 박 시장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잠실 돔구장’ 신축까지 강조했다. 일단 고척 돔 문제부터 먼저 개선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⑤ 오늘도 ‘지옥철’은 달린다
출근 시간 지하철 9호선은 일명 ‘지옥철’. 몸은 옴짝달싹 못하고 숨은 턱턱 막힌다. 2단계(신논현∼종합운동장) 구간이 개통되며 혼잡은 더 가중됐다. 증차 없이 노선 연장한 서울시는 부랴부랴 ‘무상버스’ 등장시키고 ‘조조할인’ 카드까지 제시해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다. 이제 안심이라고요? 2018년에는 3단계 구간(종합운동장∼보훈병원)이 개통된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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