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팔 오른팔’ 강태용 “조희팔 2011년말 사망… 직접 봤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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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서 체포 67일만에 국내 송환
檢, ‘2조원대 사기’ 본격 재수사
정관계 로비-은닉자금 집중 조사… 가족-주변인물 전방위 계좌추적

수조 원대 유사수신 사기 사건의 주범 조희팔의 최측근 강태용(54)이 “조희팔은 죽었다”고 주장했다.

강태용이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08년 중국으로 달아난 지 7년여 만이다. 강태용은 올해 10월 10일 중국 장쑤(江蘇) 성 우시(無錫) 시 고급 아파트에서 공안에 검거된 뒤 67일 만인 16일 국내로 송환됐다. 대검찰청 국제협력단과 대구지검은 강제 추방 형태로 강태용의 신병을 넘겨받아 중국 난징(南京)공항에서 김해공항을 거쳐 사건을 수사 중인 대구지검으로 압송했다.

마스크에 모자를 푹 눌러쓴 채 초췌한 모습으로 대구지검 청사에 나타난 강태용은 ‘조희팔이 살아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고개를 흔들었다. ‘조희팔이 죽은 것을 직접 봤느냐’는 질문에 그는 “직접 봤다”고 했다. 그러면서 “2011년 12월 겨울에 죽었다”고 말했다. 이어 ‘로비 리스트는 있느냐’는 질문에도 고개를 저었다. ‘피해자들에게 한마디 해달라’고 하자 그는 “죽을죄를 졌다”고 했다.

대구지검 앞에 모인 피해자 수십 명은 강태용을 보고 “그놈이 맞다”고 소리쳤다. 2억여 원을 사기당했다는 한 여성 피해자는 “식당 일을 하면서 겨우 살고 있다. 철저하게 수사해서 꼭 엄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태용이 송환되면서 정·관계 로비 의혹과 은닉자금 등 조희팔 사건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강태용이 입을 열면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그는 대구 인천 부산 등지의 불법 유사수신 업체 부사장을 맡는 등 조희팔의 자금과 로비를 담당하고 신규 사업을 기획하는 역할을 해 핵심 실세로 불렸다.

강태용은 2006년 검경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검찰과 경찰 내 인맥을 동원해 사건 무마를 시도했다. 당시 조희팔 사건을 담당했던 대구지검 서부지청 김광준 차장검사(54)와 오모 서기관(54)이 18억 원이 넘는 뇌물을 받았다가 구속됐다. 세 사람은 대구의 한 고교 선후배 사이다. 검경이 그동안 조희팔 사건과 관련해 구속한 사람은 모두 15명에 이른다.

검찰 안팎에선 강태용이 뇌물 장부를 기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검찰은 강태용이 입을 열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그동안 그의 가족, 주변 인물 등에 대한 압수수색과 계좌 추적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로비 의혹의 실체를 규명할 계획이다.

은닉 자금도 핵심 수사 대상이다. 검찰은 현재 드러난 1200억 원대 자금 외에도 숨겨진 돈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전방위로 계좌 추적을 하고 있다. 2004∼2008년 의료기기 대여업 등에 투자하면 고수익을 주겠다는 조희팔 일당에게 속은 피해자는 최소 2만4000여 명, 공식 집계한 피해액만 2조5620여억 원에 이른다. 피해자들은 8조 원이 넘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르면 17일 구속영장을 청구할 계획”이라며 “기소는 내년 1월 초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강태용은 조희팔이 죽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조희팔의 생사를 둘러싼 의혹이 사그라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중국 공안은 최근까지 한국 검찰에서 첩보를 넘겨받아 칭다오(靑島) 등에서 목격자 조사 등 조희팔의 흔적을 추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강태용이 조희팔의 중국 도피 상황을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생존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장영훈 jang@donga.com / 신동진 기자
#강태용#조희팔#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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