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 참외향 삼킨 티켓다방 커피향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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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단속 40여일… 꼼수영업 여전

11일 경북 성주군 초전면 도로 양쪽과 골목에 다방이 줄지어 영업 중이다. 이 중 상당수는 ‘휴게실’이라고 간판을 내걸었지만 모두 다방이다. 성주=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11일 경북 성주군 초전면 도로 양쪽과 골목에 다방이 줄지어 영업 중이다. 이 중 상당수는 ‘휴게실’이라고 간판을 내걸었지만 모두 다방이다. 성주=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11일 경북 성주군 초전면 중심가. 면사무소에서 초전농협에 이르는 약 400m 도로 양쪽으로 ‘휴게실’ 간판이 줄지어 눈에 띄었다. 5∼10m 간격으로 20곳 가까이 됐다. 유리창마다 시트지가 붙어 있어 밖에서 볼 땐 무엇을 하며 ‘쉬는 곳’인지 알 수 없었다. 지나던 한 주민이 휴게실의 정체를 넌지시 알려줬다. “간판은 휴게실이지만 전부 티켓다방이야. 단속이 심해지니까 간판만 바꾼 거라고.”

성주 지역은 이맘때면 내년 참외농사 준비로 한창 바쁠 때다. 하지만 오토바이나 승용차를 타고 다방을 드나드는 남성들이 끊이지 않았다. 한 다방에선 보온병을 보자기에 싸들고 배달을 나가는 30대 여종업원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스쿠터 대신 경차를 직접 운전했다. 주문이 밀렸는지 차량 문도 닫지 않고 내렸다가 5분도 되지 않아 다시 배달을 나가기도 했다.

일대 모텔에는 방마다 다방 전화번호가 적힌 안내문이 따로 있었다. 오후 1시경 기자가 직접 주문전화를 걸었다. 10분도 되지 않아 여종업원이 문을 두드렸다. 티켓다방에서 20년 넘게 일했다는 김모 씨(46)는 “원래 커피 한잔 값은 2000원이지만 배달을 시키면 1만∼2만 원을 받는다. 선불 계약금이 없어지고 하루 수입을 업주와 반씩 나누기 때문에 예전보다 벌이가 괜찮은 편”이라고 말했다.

‘티켓 영업도 하느냐’고 묻자 잠시 망설이던 김 씨는 “요즘 경찰 단속이 심해서 낮에는 배달만 한다. 밤에도 외부 사람을 경계하고 배달 나간 단골손님 위주로 술집이나 노래방에서 흥정한 후 2차로 여관을 가는 방식”이라고 귀띔했다.

‘참외의 고장’으로 유명한 성주 지역에는 유난히 다방이 많다. 대부분 시간당 돈을 받는 티켓 영업을 하는 곳이다. 성주군에 따르면 지역 내 다방은 135개에 이른다. 이 지역 인구는 약 4만5000명. 특히 인구 5000명인 초전면에만 다방이 39개나 된다. 참외 농사로 목돈을 버는 부농(富農)이 많기 때문이다. 티켓다방 소문이 나면서 인근의 구미 김천 칠곡 등에서 ‘원정’을 오는 손님도 많다. 한 다방 업주는 “참외 수확철에는 다방 여종업원 1명이 한 달에 500만 원 이상 벌었다”고 말했다.

성주 지역 다방에는 여종업원이 보통 1∼4명 있다. 다방마다 차이는 있지만 한 해 수입이 적게는 1억 원, 많게는 2억 원에 이른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참외 농가 1곳의 연간 수입과 맞먹는 액수다. 한 달에 800만 원가량 수입을 올리는 여종업원도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참외 농가들 사이에선 “시설하우스 1개동 수익(600만∼1000만 원)을 다방 여종업원에게 갖다 준다”는 말까지 나돌 정도다.

그러나 최근 성주 지역 다방들은 잔뜩 움츠러든 분위기다. 경찰이 지난달 초부터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지난달 7일 다방 업주 A 씨(61·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여종업원 6명에게 성매매를 시킨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던 중이었다. 경찰은 이달 9일 이 다방을 통해 돈을 주고 성관계를 한 남성 등 4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적발된 다방 여종업원들은 300만∼1000만 원가량의 선불 계약금을 받고 일했으며, 주로 여관에서 손님에게 10만 원을 받고 성매매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간판을 바꾼 후 단속의 눈을 피해 심야시간을 이용한 ‘은밀한 목적’의 티켓 영업은 여전히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경찰과 성주군은 연말까지 불시점검과 합동단속을 병행할 계획이다. 성주군 관계자는 “티켓다방이 참외의 고장 성주의 이미지를 훼손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주민들의 자발적인 신고도 적극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성주=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성주#참외#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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