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절에서 기거하는 처사와 보살, 근로자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9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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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에서 기거하며 청소를 하는 등 사찰 유지 업무를 하는 ‘처사’와 ‘보살’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이승한)는 강원 영월의 한 사찰 주지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처사 송모 씨를 부당해고 했다는 판정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9일 밝혔다.

과거 승려였다가 환속한 송 씨는 지난해 8월부터 처사로 근무하기 시작했지만 11월 초 부당하게 해고됐다고 주장하며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냈다. 그러나 기각되자,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고 사건을 맡은 중노위는 올해 5월 “근로자가 맞다. 해고 당시 서면 통지를 하지 않아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송 씨의 재심신청을 받아들였다. 그러자 주지는 “이 절은 근로기준법 적용대상인 상시 5인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이 아니다”라며 불복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송 씨가 종교적 수행을 위해 머물며 자율적으로 사찰 유지·관리를 돕고 수고비를 받은 것으로 보이는 만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중노위의 판정을 뒤집었다. 또 사찰에 송 씨와 같은 처사나 보살이 10여 명 머물고 있지만 주지와 근로계약서 등을 작성하거나 업무수행에 관한 특별한 지휘 감독을 받지 않는 점, 근로시간이나 임금 등을 포함한 근로 조건에 대해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점 등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처사와 보살들에게 지급된 월 50만¤150만원의 보시금도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지 않았고 사찰이 4대 보험 신고를 한 적도 없다”며 고용관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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