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 내면 가족에 우환 생겨”…돈 뜯어낸 종교단체 간부 실형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8일 14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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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손자에게 닥칠 재앙을 막으려면 돈을 내라’는 사이비 종교단체가 여전히 기승이다. 이런 말에 속아 돈을 뜯겼다면 형사처벌이나 돈을 돌려받는 일이 가능할까?

서울 서부지방법원 형사9단독(판사 이광우)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정모 씨(52·여)와 홍모 씨(56·여)에게 각각 징역 2년과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8일 밝혔다. 또 이들이 피해자 김모 씨(78·여)로부터 받은 1억9000만 원을 모두 돌려주라고 명령했다.

김 씨는 2012년 말 지인을 따라 방문한 종교시설에서 정 씨를 처음 만났다. 당시 정 씨는 김 씨에게 미륵불에 금을 입혀야 한다는 명목으로 1000만 원을 받았다. 이듬해 1, 2월에는 “자식에게 안 좋은 일이 있는데 이를 해소하려면 돈이 필요하다”며 두 차례에 걸쳐 총 3000만 원을 또 다시 뜯어냈다. 그해 10월에는 다른 간부인 홍 씨까지 가세해 김 씨에게 집을 담보로 1억3000만 원을 빌리게 하고 그 돈을 모두 챙겼다. 이들은 “가족에게 알리면 나쁜 일이 생긴다”며 입단속까지 했지만 어머니가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실을 수상히 여긴 자녀들 신고로 범행이 발각됐다.

재판부는 “‘재앙을 막아주겠다’는 말을 하고서 돈을 받은 사실만으로는 사기죄로 볼 수 없다”면서도 “짧은 시간에 반복적으로 돈을 내라고 독촉해 피해자에게 불안감을 주고 일방적으로 액수를 지정해 요구한 점, 피해자가 돈을 마련하는 과정에 개입해 더 많은 돈을 뜯어낸 점 등을 고려할 때 종교적인 이유로 돈을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사기죄를 인정했다.

김호경기자 whalefish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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