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삿돈 빼돌려 BJ에 1억5000만원 어치 별풍선 쏜 20대女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8일 19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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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우리 통 큰 회장님이 최고! 감사합니다.”

지난해 8월 어느 날 밤. 부산 영도구에 사는 최모 씨(21·여)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컴퓨터 전원을 켰다. 매일 오후 10시 인터넷사이트 아프리카TV에서 한 남성 진행자(BJ)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서다. 최 씨가 이 프로그램의 애청자가 된 건 같은 해 3월 집에서 나와 자취생활을 시작하면서였다. 최 씨는 이날 ‘별풍선(유료 아이템)’ 2만 개를 이 BJ에게 선물했다. 해당 사이트에서 구매 가능한 별풍선의 값은 개당 100원. 그의 계좌에서는 200만 원이 빠져나갔다.

최 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2010년 말 부산 영도구에 있는 한 청소용역업체에 회계 담당 직원으로 취직했다. 그는 회사 일 외에는 대부분의 시간을 자취방에서 보냈다. 애완견 한 마리를 키웠고 친구도 잘 만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는 회삿돈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3월. 처음에는 부족한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거래처 등에서 입금되는 공금을 자신의 계좌로 이체하는 방법으로 1년 6개월간 모두 4억2000여만 원을 빼돌렸다. 이 회사의 나머지 직원 5명은 외근업무로 바빠 최 씨의 범행을 눈치 채지 못했다.

부산 영도경찰서는 28일 횡령 혐의로 최 씨를 구속했다. 경찰 조사결과 최 씨는 횡령액 가운데 1억5000만 원을 BJ에게 줄 별풍선을 사는데 탕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가세 10%를 제외하더라도 무려 150만 개의 별풍선을 구매한 것이다. 한 번에 300만 원 정도를 쓴 날도 있었다. 이 BJ의 프로그램 이용자 중 가장 ‘큰 손’으로 등극한 최 씨는 BJ로부터 ‘회장님’이라는 호칭까지 듣게 됐다. 그는 경찰조사에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별풍선을 선물했다”고 진술했다. 최 씨는 또 BJ에게 따로 5000만 원을 빌려줬고 나머지 2억 원은 생활비로 썼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BJ는 경찰에서 “빌린 게 아니라 최 씨가 선의로 준 돈”이라고 반박했다.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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