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선생님에 죄송” 부탄가스 테러 중학생 이모 군 첫 공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1일 19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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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 없는 친구들과 선생님에게 피해를 줘 죄송합니다.”

수의를 입은 채 법정에 선 열다섯 살 소년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난달 “이럴 줄 알았으면 부탄가스를 하나 더 가져올 걸 그랬다”며 범행 전후의 영상을 촬영해 유튜브에 올리던 때와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재판 중 수차례 눈물을 훔치던 그는 “다시는 그런 일을 하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고 최종 진술했다. 재판이 끝난 뒤에는 방청객 자리에 있던 어머니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21일 오전 10시 30분 서울남부지법 406호에서는 일명 ‘부탄가스 테러’의 피의자 이모 군(15)의 첫 공판이 열렸다. 이 군은 지난달 1일 과거 자신이 다녔던 서울 양천구 한 중학교 빈 교실에 들어가 부탄가스를 터뜨린 혐의(현주건조물방화 등)로 기소됐다.

재판에서 이 군 측은 공소사실 대부분을 인정하면서도 “학생들을 다치게 할 생각은 없었다. (부탄가스를 터뜨린 건) 단지 주목받기 위해서였다”며 선처를 구했다. 변호인은 “어른으로서 (이 군의 문제는) 사회 전체가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 군이 범행을 저지르게 된 건 학업 스트레스의 영향이 컸다. 초등학생 때 학급회장을 도맡아온 이 군은 중학교 2학년이 되면서 학업에서 뒤쳐지기 시작했고 스트레스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누나의 진학 문제로 학교를 옮기면서 이 군의 삶도 큰 변화를 겪었다. 새 학교에서 일부 따돌림을 겪으면서 이 군은 망상 등에 시달렸고 점점 유튜브, 모바일게임 등에 의지하기 시작했다. 올 6월 재학 중이던 서초구의 한 중학교에서 방화를 시도한 뒤에도 20여일 입원치료를 받고 학교로 돌아가길 희망했지만 학교 측에서 전학을 권해 큰 상처를 입었다. 변호인은 “(이 군이) 한 때 자살을 생각하기도 했다”며 상황의 심각성을 전했다.

변호인 측은 구속이 이어지면 수업 일수가 모자라 유급을 하게 되는 상황이라며 주거지를 병원으로 제한해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보석을 신청했다. 이 군의 반성문은 물론 어머니, 고모의 탄원서 등도 재판부에 전달됐다. 선처를 받으면 미국에서 신경정신 관련 간호사로 일하는 친지의 도움을 받아 치료와 재활을 병행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날 서울남부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조의연) 심리로 진행된 재판에서 검찰은 장기 4년, 단기 3년을 구형했다. 이 군에 대한 선고공판은 다음 달 13일 열린다.

강홍구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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