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20일뒤 “출장간다”며 사라진 남편 알고보니 前여친 몰카 협박해 철창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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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체사진 공개 혐의 경찰조사에도 “ID 해킹당한 것” 속이고 웨딩마치
법원 “사기결혼 해당… 혼인 취소”

결혼한 지 20일째 되던 지난해 10월 중순. 출장 간다며 집을 나간 남편 김모 씨(29)는 기다려도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다. 아내 A 씨(29)는 이틀째 감감무소식인 남편이 걱정돼 행방을 수소문하던 중 경찰의 연락을 받고 깜짝 놀랐다. 남편이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통신매체 이용 음란) 혐의로 구속됐다는 것. 김 씨는 회사에 휴가를 내고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으러 갔다가 구속돼 구치소에 수감돼 있었다.

학창 시절 친구였던 동갑내기 두 사람은 연락이 끊긴 채 지내다 13년이 지난 2013년 9월 우연히 이메일을 주고받으면서 몇 차례 만나 교제하게 됐고, 결혼을 약속했다.

그러나 남편 김 씨에게는 A 씨가 모르는 다른 모습이 있었다. 그는 A 씨를 만나기 전인 2012년경 사귀었던 전 여자친구의 나체 사진과 가슴 사진을 촬영한 뒤 보관하고 있었다. 지난해 2월 말 전 여자친구의 결혼 소식을 듣고 김 씨는 인터넷 게시판에 이 사진들을 올렸다. 그리고 전 여자친구의 예비 남편에게 “○○○ 핸드폰 검사해” “다시 생각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 사진들을 확인하도록 했다. 전 여자친구는 결국 파혼했고, 나체 사진 등이 올라간 해당 웹사이트는 해외 사이트여서 아직까지 사진이 삭제되지 않은 상태다.

김 씨는 범죄 사실을 숨기고 A 씨와 결혼 준비를 해 나갔다. 웨딩 사진 촬영 직후인 지난해 6월 경찰 조사를 받았지만 A 씨에게는 “내가 저지른 범죄가 아니다. 아이디를 해킹당했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심지어 국가인권위원회에 ‘경찰의 부당 수사’라는 내용의 진정서까지 제출했다. 김 씨를 철석같이 믿은 A 씨는 결혼 절차를 계속 진행했고 혼인신고까지 마쳤다.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된 김 씨는 올해 4월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성폭력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수강 명령을 선고받았다. 7월 항소가 기각돼 상고심 판결을 앞둔 김 씨를 상대로 A 씨는 “혼인을 취소해 달라”며 서울가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9단독 이은정 판사는 “A 씨를 착오에 빠뜨려 혼인 의사표시를 하게 했으므로 민법상 혼인취소 사유인 ‘사기로 인한 혼인 의사 표시’에 해당한다”며 혼인취소 판결을 내렸다고 6일 밝혔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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