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시행 정년연장 혜택 누리려 ‘호적 세탁’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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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임직원 ‘정정 꼼수’ 잇달아… 두달 늦춰 급여 2억 더 받는 경우도
이완영 의원 “4개기관 9명 의심”

국토교통부 산하 A공단 직원 윤모 씨는 호적을 정정해 생년월일을 바꿨다. 1957년 12월생에서 두 달을 미뤄 1958년 2월생이 된 것.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된 이듬해인 2014년이었다.

살아온 날을 60일가량 줄였을 뿐인데 공단에서 근무할 수 있는 날은 무려 2년 6개월이 늘었다. 퇴직일이 2018년 6월 30일이 돼 새로 받을 수 있는 급여도 2억 원이 넘게 됐다. 당초 윤 씨는 2015년 12월 31일자로 정년퇴직을 해야 하지만 태어난 해가 바뀌면서 2016년 1월부터 시행되는 공기업, 공공기관 등 정년 60세 의무화 적용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인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이 6일 국토부 산하 공기업 등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윤 씨처럼 호적 정정을 통해 정년이 연장된 ‘꼼수’ 의심 사례가 4개 기관에서만도 9명이었다. 이들은 모두 원래대로라면 올해 정년을 맞지만 생년월일을 변경해 정년이 2년 이상 늦춰졌다. 생년월일을 한 달 미뤄 4년 3개월을 더 근무하게 된 공사 직원도 있었다.

정년 60세법을 대표 발의했던 이 의원은 “늦게 출생신고를 한 경우는 자주 있지만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미리 출생신고를 하는 경우는 사실상 없을 것”이라며 때늦은 호적 정정에 편법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허위사실로 출생기록을 정정하는 것은 범법행위인 만큼 정부는 전수조사를 벌이는 한편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서울고등법원은 5월 호적상 생년월일을 변경한 경우 이에 맞춰 정년도 연장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차길호 기자 kil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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