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억이 작은 공사라니…‘마리나 부실공사’ 황당한 해명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일 21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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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공사라서 제대로 신경을 쓰지 못했다.”

한 공무원이 규정을 어겨 예산을 낭비하고 금품까지 받은 혐의로 해경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한 얘기다. ‘작은 공사’는 13억 원대였다.

서해해양경비안전본부는 2일 전남도가 발주한 13억 원대 완도항 해양 마리나 시설을 부적합 장소에 설치하고 헐값 자재를 쓰도록 묵인해 손해를 입힌 혐의(업무상 배임) 등으로 전남도청 공무원 A 씨(48·6급)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해경은 또 불량자재를 사용해 부실공사를 한 혐의로 건설업체 관계자 B 씨(37)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해경에 따르면 A 씨는 2012년 8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마리나 시설을 설계에 맞지 않는 장소에 공사하도록 하고 부실자재를 쓰도록 방치해 국가에 11억 원 상당의 손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는 설계도면에는 마리나 시설을 평균 파도 높이가 1m 정도인 해안에 설치하도록 규정했으나 평균 파도가 3.2m 높이의 해안에 지도록 했다. 또 가볍지만 단단한 특수골재를 사용하도록 돼 있지만 건설업체는 가격이 60~70% 저렴한 일반 골재를 사용했다. 해경은 이로 인해 마리나 시설 곳곳에 금이 가고 부잔교 4개 중 2개가 파손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해경은 A 씨가 마리나 시설 건설사 하도급 업체로부터 식사비, 유류비, 현금 등 300만 원 상당의 뇌물을 받고 건설사에 증거인멸을 지시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해경 관계자는 “부실시공으로 인해 마리나 시설은 수시로 하자보수를 하고 이용하기 힘들어지는 등 예산 낭비 사례가 됐다”고 말했다.

목포=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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