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70년][광복 100년의 미래/오피니언 리더 설문]
분야별 제언<5·끝>사회 문화 체육
‘위대한 여정 새로운 도약.’
정부가 광복 70주년을 맞아 내건 슬로건이다. 근대화와 산업화 등 그간의 성과를 평가하며 앞으로 나아갈 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새로운 도약을 위해선 만만찮은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동아일보가 광복 70주년을 맞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오피니언 리더 11명은 무엇보다 이념과 지역, 계층 등으로 인한 사회 갈등의 극복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지난해 세월호 참사 등을 계기로 불거진 한국 사회의 다양한 갈등이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앗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 과거 갈등 넘어 미래 갈등에 대비해야
상당수 응답자는 현재 한국 사회의 갈등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었다. 11명 가운데 3명은 ‘국가적 위기’ 수준이라고 우려했고 6명은 ‘위기까지는 아니나 국가 발전과 사회 통합에 상당히 악영향을 주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념과 지역, 계층, 세대 갈등을 포함한 다양한 반목이 우리 사회의 큰 ‘적(敵)’이라고 진단한 것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발생하는 수준의 갈등이라고 분석한 이는 2명에 그쳤다.
박덕진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연구실장은 “‘모 아니면 도’ 식의 극한적 대립 심리가 팽배한 상황”이라며 “국가 위기라고 볼 단계는 아니지만 ‘갈등’이 우리 사회를 어두운 분위기로 몰아가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고 지적했다.
눈에 띄는 것은 지금까지 한국 사회에 만연했던 갈등의 양상이 앞으로는 달라질 것이라는 의견이다. 앞으로 사회 통합을 이루기 위해 해소해야 할 갈등으로 11명 가운데 9명이 ‘빈부격차 심화에 따른 계층 갈등’을 꼽았다. 2명은 ‘고령화 때문에 빚어질 세대 갈등’ 해결을 1순위로 선택했다. 반면 고질적인 이념 갈등과 지역 갈등 해소가 중요하다고 응답한 인사는 1명도 없었다. 우리 사회가 근대화와 산업화 시기 대표적 갈등으로 꼽히던 이념 갈등과 지역 갈등 대신 새로운 ‘미래 갈등’의 도전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미다.
성낙인 서울대 총장은 “산업화 이후 이른바 ‘가진 자’들이 만들어 내는 문제가 심해졌고 이 때문에 갈등이 일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문제”라며 “서울대 역시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화합할 수 있는 인재를 키우려고 고민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계층 갈등은 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 때문에 나타날 세대 갈등이 겹쳐지면서 위력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지훈상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이사장은 “급속한 고령화 때문에 현역 세대의 사회보장비용이 증가하는 상황 속에서 일어나는 세대 갈등이 사회 통합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오피니언 리더들은 갈등 해소를 위해 ‘빈부격차를 줄이기 위한 복지제도 강화’(4명)가 가장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4명은 전반적인 ‘국민의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진강 대법원 양형위원장은 “갈등 당사자들은 그 책임을 외부에 돌리는 경우가 많지만 근본적으로는 개개인의 의식이 바뀌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결국 남을 인정하는 데서 갈등 해소의 실마리를 찾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안전 한국’ 위협할 기후변화
지난해 세월호 참사에 이어 올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겪으며 국민들의 불안감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최근 국민안전처 조사 결과 ‘우리 사회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국민은 20% 내외에 그쳤다. 오피니언 리더들은 30년 뒤 우리를 위협할 재난 재해 역시 새로운 형태로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장 많은 6명은 ‘기후변화에 따른 대형 풍수해나 가뭄 같은 사태’를 가장 위협적인 재난 재해로 예측했다.
문경란 서울시 인권위원장은 “현대의 자연재해는 지구온난화 같은 생태계 파괴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며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대안이 사회 전방위적으로 모색돼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우리가 이미 경험한 사태 속에서 안전 사회의 열쇠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교통사고 등 일상생활 속 안전사고’(2명), ‘메르스 같은 새로운 전염병’(2명)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들이다. ▼ “한국 스토리텔링 강해 영화-드라마 미래 밝다” ▼
“운동선수 아닌 학생선수 육성을”
문화 분야에서는 영화감독 문인 역사학자 건축가 종교인을 비롯한 관련 인사 12명에게 광복 100년이 되는 2045년 한국의 대표적 문화콘텐츠와 미디어의 모습에 대해 물었다.
먼저 ‘2045년 한국을 대표할 문화 콘텐츠’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절반(6명)이 ‘영화와 드라마’를 꼽았다. 윤호진 에이콤인터내셔날 대표는 “한국은 (영화, 드라마의) 스토리텔링 구조가 다른 나라보다 강하다”라고 말했다. 문정희 한국시인협회장은 제작진의 상상력에 높은 점수를 줬고, 안규철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는 현재 문화산업 내 영화·드라마의 비중이 큰 점을 이유로 꼽았다.
영화와 드라마 다음으로는 ‘케이팝’(4명)이 대표적 콘텐츠로 꼽혔다. 지원 스님은 “스리랑카에 가봤는데, 사람들이 한국의 불국사와 다보탑은 몰라도 케이팝은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서현 한양대 건축과 교수는 “한국인들은 ‘판’을 뒤집으면서 잘 노는 자질이 있는데 케이팝이 거기에 딱 들어맞는 콘텐츠”라고 말했다.
‘한글’을 꼽은 최광식 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는 “한류가 ‘4.0’으로 진화하려면 정보화와 디지털화를 이뤄야 하는데, 한글은 한국의 인터넷 발전에 큰 역할을 한 것처럼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문화 아이템이 등장할 것”이라고 봤다.
다음으로 ‘2045년 신문과 방송 등 미래 미디어의 모습’을 묻는 질문에는 ‘모바일이 중심 매체로 등장할 것’이라고 말한 응답자가 4명으로 가장 많았다. 소설가 복거일 씨는 “스마트폰 노트북 태블릿 등 사람이 갖고 다닐 수 있는 정보처리기구가 활발히 이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문과 방송의 구별이 사라지고 콘텐츠 생산 기업으로 통합될 것’이라고 본 응답자는 2명이었다. 안규철 교수는 “정보를 수집하고 가공해 배포하는 역할은 사회가 유지되는 한 필요할 것이지만 플랫폼의 구분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스포츠 분야에선 국내 양대 스포츠인 야구와 축구의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 기술위원장과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의 의견을 들었다.
김 위원장은 30년 뒤 한국 스포츠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운동선수가 아닌 학생선수 육성’이 중요하다고 꼽았다. 그는 “선수들이 은퇴한 뒤에 사회에 다시 적응하는 데에 많은 시간이 걸리고 어려움을 겪는다. 선수들이 비단 스포츠 분야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도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국민의 건강 증진’에 무게를 뒀다. 이 위원장은 “스포츠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궁극적인 가치는 건강한 몸과 마음에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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