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키워드 ‘한강의 기적’… 기여도, 박정희-이승만順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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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0년][광복 100년의 미래/오피니언 리더 70명 설문]
2015년의 한국-2045년의 한국

‘경제·문화는 우수, 사회는 보통, 정치는 미흡.’

광복 70년 한국이 받아든 성적표다.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지만, 남북 분단과 이념 갈등으로 사회는 정체되고, 정치는 극한 대립을 반복하는 후진적인 문화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동아일보가 설문조사를 한 우리 사회 리더 70명의 평가다.

그렇지만 광복 100년 한국의 모습은 밝다고 봤다. 경제 성장도, 민주화도 가장 짧은 기간에 압축적으로 이뤄낸 ‘한국의 저력’ 때문이다. 천영우 전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70년이란 시간 동안 한국만큼 국력을 키운 나라는 없다”고 단언했다.

○ 박정희 전 대통령이 오늘의 한국 기초 다져

오늘의 한국을 만들어 내는 데 기여도가 높은 대통령을 순서대로 3명을 배열해 달라는 질문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압도적 1위(60%)였다. “오늘 한국의 경제 기적을 일으킨 주역이다”(박관용 전 국회의장), “산업화를 통해 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중산층이 형성됐다. 국가로부터 독립된 사회가 창출됐고, 민주주의의 기반이 됐다”(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는 평가가 나왔다. 박정희 시대의 공과를 떠나 한강의 기적이 시작됐다는 얘기다.

2위는 이승만 전 대통령(22.9%)이 차지했다. “대한민국을 혼자 세운 것이나 마찬가지다”(소설가 복거일 씨), “(광복 이후) 국가가 생존해야 하는 상황에서 국제정세를 읽는 뛰어난 외교적인 감각으로 독립 국가를 유지했다”(이재열 서울대 교수). 건국의 혼란기에 탁월한 외교 감각으로 한국을 지켜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어 실질적으로 민주주의를 정착시켰다는 점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10%)과 노무현 전 대통령(4.3%)의 기여도가 높다고 평가했다.

경제 발전에 비해 정치, 사회 발전 속도는 더뎠다. 응답자의 절반은 대한민국 정치가 후진적인 이유로 ‘타협 없이 극한 대립을 반복하는 정치문화’(48.6%)를 꼽았다. 남궁영 한국국제정치학회장은 “한국은 ‘나는 옳은 정의, 상대는 틀린 정의’라는 정치문화가 팽배해 에너지가 낭비된다”며 “여야와 좌우가 우리 사회 발전을 위해 존재하는 행위자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가장 심각한 한국병으로는 ‘남북 분단과 좌우 이념 갈등’(62.9%)이 꼽혔다. 사회 통합이 절실하다는 뜻이다.

○ 30년 뒤에도 부유한 한국

한국이 30년 뒤 더욱 부유해질 것이라는 데는 응답자의 97%가 동의했다. 2045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4만∼5만 달러(35.7%) △5만 달러 이상(34.3%) △3만∼4만 달러(27.1%) 순으로 예상됐으며 모두 현재(2만8000달러)보다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국가 발전을 위한 신성장동력 확보’(38.6%)가 앞으로 30년간 한국이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과제로 지적됐다. 지속적인 성장은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 전제된다는 의미다.

한국의 10대 기업 가운데 30년 뒤에도 살아남을 기업으로는 삼성(59명)→현대차(21명)→LG(19명)→SK(17명)→CJ(11명) 순으로 꼽혔다. 복수응답을 받은 이 항목에서 응답자(70명)의 84.3%가 삼성을 꼽았다. “미래를 위한 연구와 투자가 가장 적극적”(김황식 전 국무총리)이고 “시스템에 의해 운영되는 그룹으로 사람이 바뀌어도 지속 가능하다”(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자산규모 기준 재계 순위는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순이었다. 하지만 롯데그룹을 30년 뒤 살아남을 기업으로 꼽은 응답자는 단 3명뿐이었다. 최근 경영권 분쟁을 겪은 파장인 것으로 보인다. 총수 일가가 사이좋게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유지해 ‘총수 리스크’가 적은 LG가 높은 순위에 오른 것과 비교된다.

○ “미국보다 중국” 양국 간 줄타기 계속될 듯

광복 100년을 맞을 2045년, 한국에 가장 중요한 국가로 미국(44.3%)을 제치고 중국(51.4%)이 부상했다. 근소한 차이지만 미국의 쇠락, 중국의 부상을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며 전략적 중요성이 다시 평가될 것임을 시사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지금까지 대다수 조사에서는 미국이 우위를 점해 왔다.

중국이 더욱 중요한 이유로 “지리적, 경제적으로 밀접한 데다 남북통일에서도 중국의 역할이 클 것으로 판단된다”(지훈상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이사장), “안보적 관점의 동맹의식은 희석되고 경제적 관점의 관계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김황식 전 총리) 등의 의견이 제시됐다.

반면 미국의 지위가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이번 세기까지는 미국의 영향력이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할 것이다. 한중일의 복잡한 이해관계에서 떨어져 있는 미국이 우군으로 활용 가치가 높다”(김상균 서울대 교수), “미국이 유지해 온 경제력, 군사력, 외교력은 중국이 당장 따라잡을 수 없고 한국과 오랜 기간 우방을 맺어 왔다는 점에서도 미국이 중요하다”(이진강 대법원 양형위원장), “일당 독재가 변화하지 않는 이상 중국과 한국이 가치관을 공유하기는 어렵다”(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등 국익을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 설문조사에 참여해 주신 분들분야별 가나다순.

<정치> 김광웅 전 중앙인사위원장·명지전문대 총장, 김병준 국민대 교수·전 대통령정책실장, 김상민 국회의원, 김황식 전 국무총리, 남궁영 한국국제정치학회장, 박관용 전 국회의장,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명예이사장, 박영선 국회의원, 박찬욱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전 국가인권위원장,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언주 국회의원, 최진우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외교안보> 김성한
고려대 교수·전 외교부 차관, 류길재 전 통일부 장관,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윤덕민 국립외교원장, 이상희 전 국방부 장관, 천영우 전 대통령외교안보수석·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경제>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 김도훈 산업연구원장, 김종석 여의도연구원장, 김주형 LG경제연구원장,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장,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 박형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 신성환 한국금융연구원장,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이일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산업>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장,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 박서원 오리콤 부사장, 이근 서울디자인재단 대표,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사장, 함승종 블루베리코리아 대표

<사회> 강신섭
법무법인 세종 대표, 김시명 대한민국순국선열유족회 회장, 노명우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 문경란 서울시 인권위원장, 박덕진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연구실장, 박만 전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성낙인 서울대 총장, 송상현 전 국제형사재판소장, 이원우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장,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이진강 대법원 양형위원장, 지훈상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이사장, 한주형 50+코리안(은퇴연구소) 회장

<교육·복지> 김상균
서울대 명예교수·전 국민행복연금위원장,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전 한국연금학회장, 이돈희 전 교육부 장관

<문화·스포츠>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 기술위원장, 문정희 시인·한국시인협회장,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복거일 소설가, 서현 한양대 건축과 교수, 안규철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 윤제균 영화감독, 윤호진 에이콤 인터내셔날 대표, 이용수 세종대 교수·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 지원 스님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장, 최광식 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 최재천 국립생태원장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박민규 인턴기자 고려대 교육학·사회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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