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낮 12시 44분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광복 70주년과 제3회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8월 14일)을 맞아 진행되던 수요집회 때 무대 옆 화단에 있던 최모 씨(80)가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다. 최 씨는 인화물질이 묻어 있는 압축 솜을 두르고 있었다. 집회 참석자들이 물과 담요, 소화기 등으로 1분 만에 진화하고 최 씨를 병원으로 옮겼다. 하지만 최 씨는 전신 40%에 3도 화상을 입어 중태이며 의식이 없는 상태다.
최 씨는 1932년 전남 영암 독립만세 시위에 참가했다가 옥살이를 한 최병수 선생의 아들로 지난해부터 일본대사관 앞 집회에 참여하고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의 회원으로 활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도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오전에 광주 집을 떠나 서울로 온 것으로 알려졌다. 윤미향 정대협 상임대표는 “(최 씨는) 예전 수요집회에도 서너 차례 모습을 나타낸 분”이라며 “평소 위안부 할머니들의 손도 잡지 못할 만큼 부끄러움을 타는 분이었는데 이런 일을 시도해 매우 놀랐다”고 말했다.
현장에 남겨진 최 씨의 가방에서 그가 친필로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A4 용지 5장 분량의 성명서와 유서 3장이 발견됐다. 최 씨는 성명서에 ‘작년 10월부터 수요집회에 참석하며 비가 오나 눈보라가 치나 (위안부 할머니들이) 하소연하는 것을 보며 매우 안타까웠다. 친일파 민족 반역자는 역사의 심판을 받아 마땅하다. 일본의 만행을 세계에 알려 달라’고 썼다. 가족에게 남긴 유서에는 ‘국가와 민족의 안녕을 위해 하얀 불타는 마음(으로) 불나비처럼 뛰어들어 대한민국 제단에 바치고 나라 살리는 길을 내 발로 걸어가기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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