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생, 학교 전산시스템 해킹… 사이버강좌 출석 조작 과락 면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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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 2명 1학기 학점취소-무기정학… 학교측, 성적조작 의혹에도 덮기 급급

대학생들이 조직적으로 학교 전산시스템을 해킹해 출석부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나 대학 측은 외부 해커와의 공모 의혹이 제기되는데도 수사 의뢰조차 하지 않았다.

11일 인하대에 따르면 e-러닝 시스템을 통해 사이버 강좌인 서머스쿨(계절학기)을 수강한 이 대학 2학년과 4학년 IT공대 학생 2명이 출석 일수를 조작한 사실이 지난달 적발됐다. e-러닝은 인터넷과 유선망, 웹 기술을 활용해 학생이 집이나 학교 밖에서 인터넷에 접속해 사이버 공간을 통해 강좌를 듣는 시스템이다.

이들은 사이버 강좌를 제대로 듣지 않은 채 전산시스템 서버를 해킹해 출석 일수를 높이는 수법으로 과락(科落)을 면한 것으로 드러났다. 출석 기록이 저조하면 F 학점을 받기 때문에 해킹을 통해 사이버 강좌의 수강 기록을 높인 것이다.

강의를 맡은 담당 교수는 사이버상에 출석 일수가 높은 학생들과 자신이 갖고 있던 출석 기록부 등을 대조해 학생들이 해킹으로 출석부를 조작한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학교 측에 알렸다. 인하대는 4일 학교 전산시스템을 해킹한 이 2명의 1학기 성적을 모두 취소하고 무기정학을 내렸다. 그러나 경찰이나 검찰 등에 수사를 의뢰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학생들 사이에서는 학교 내 다른 해커들이 조직적으로 출석부 조작 등 성적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퍼지고 있다. 학교 내 악성 해커들이 자신들의 해킹 기술을 악용해 전산시스템 서버에 접근해 해킹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학교 담당자는 “아무 말도 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화이트 해커(해킹을 방어하는 전문가)는 “학생들에게 해킹당한 것은 학교 전산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며 전산실 내부에 다른 공모자가 있을 수 있다”며 “성적 조작 등 2차 범행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e-러닝 시스템 개발 업체를 점검하면 어떻게 해킹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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