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근로자일까 아닐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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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연수원, 고교생 대상 ‘1박 2일 노동교육캠프’ 운영

3일 경기 광주시 고용노동연수원에서 노동교육을 받고 있는 서울 이화미디어고 학생들. 근로자와 비근로자로 나뉜 공간에 학생들이 각각에 해당할 것
같은 직업들을 쓰고 있다. 광주=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3일 경기 광주시 고용노동연수원에서 노동교육을 받고 있는 서울 이화미디어고 학생들. 근로자와 비근로자로 나뉜 공간에 학생들이 각각에 해당할 것 같은 직업들을 쓰고 있다. 광주=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대통령은 근로자일까요, 아닐까요?”(김주병 고용노동연수원 과장·강사)

“근로자는 상사가 있는데 대통령은 윗사람이 없으니까 근로자가 아니지 않을까요?”(이화여대병설미디어고 3학년 4반 전예빈)

3일 경기 광주시 오포읍에 위치한 한국기술교육대 고용노동연수원에서 서울 이화미디어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1박 2일의 청소년 진로취업·권리보호 캠프가 열렸다. 주로 중앙 부처 및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교육을 담당해 온 고용노동연수원은 지난해 고교생 노동교육을 시범 실시한 뒤 올해는 전국 모든 특성화고 및 마이스터고로 문호를 넓혔다.

학생들에게는 물론 일반에게도 생소한 노동교육을 시작한 것은 2011년 기아차 광주공장에서 고교생 김모 군(당시 18세)이 사망한 사건 때문이다. 당시 특성화고 재학생이던 김 군은 현장실습을 나갔다가 주말특근, 2교대 야간근무 등 근로기준법을 초과한 과로를 견디지 못하고 뇌출혈로 숨졌다. 송태수 고용노동연수원 교수는 “아르바이트나 직업체험 현장에서 청소년들이 부당한 처우를 받고도 법 지식이 없어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날 근로교육 시간에 김주병 강사가 “근로자로 보호받을 수 있는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또 보호받지 못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요”라고 묻자 학생들은 근로기준법을 모르는 상태에서도 나름대로 기준을 세워 의견을 말했다. 2학년 김정민 양은 “근로자는 소속 회사가 있고, 월급을 받고, 남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라며 “반면 아이돌 가수는 정해진 월급이 없으니 근로자가 아닐 것 같다”고 말했다. 3학년 장혜령 양은 “백종원 씨처럼 식당을 소유한 인기 요리사는 근로자가 아닐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강사는 “일정한 급여를 목적으로 어떤 형태든 자신의 노동을 타인에게 제공하면 근로기준법이 보호하는 근로자”라며 “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할 때 부당한 대우를 당하면 근로기준법에 의해 보호받을 수 있으니 꼭 알아두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후 이어진 ‘법률로 보는 노동인권보호’ 수업에서 학생들은 실제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법, 계약 조항을 살피는 법을 배웠다. 또 부당한 대우를 당했을 때 고용노동부 청소년 상담전화(1644-3119)를 통해 도움을 받는 법도 배웠다.

정태면 고용노동연수원장은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학교에서 노동법 교육이나 근로교육이 이뤄지고 있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라며 “노동교육 분야의 교수 인력을 양성하고, 더 많은 학생이 자신의 권리를 지킬 수 있도록 교육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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