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도 항의한 甲질… 공무원, 수입차 환경 인증 ‘급행료’ 챙겨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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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 두번 향응 등 113차례 3200만원… 교통환경硏 40대 연구원 영장

수입 자동차의 환경 인증을 빌미로 6년 동안 ‘급행료’ 명목의 금품과 접대를 받아 온 공무원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해외 생산 자동차를 국내로 들여올 때 배기가스와 소음 등이 기준치에 부합하는지 확인하는 업무를 맡은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 황모 연구원(42)에 대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3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황 연구원은 2009년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환경 인증을 신청한 수입차 관계자 14명으로부터 113차례에 걸쳐 3200만 원어치의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았다. 황 연구원의 ‘갑질’은 자동차 할인에서 음주 접대까지 종류를 가리지 않았다.

경찰 수사 결과 황 연구원은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여종업원이 일하는 서울 강남의 A유흥업소에 같은 날 다른 수입차 업체 관계자를 불러 2차례나 찾아가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황 연구원은) 비용이 추가되는 소위 ‘2차’를 간 사실은 인정했지만 성관계는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드러난 2차 포함 음주 접대 횟수만 총 6회나 된다고 밝혔다.

또 자신의 권한을 이용해 자동차를 싼 가격에 사들이기도 했다. 황 연구원은 인증 검사에 사용된 자동차를 할인 판매하는 사실을 알고 친형 명의로 검사가 끝난 수입차를 사들였다. 할인액은 자동차 가격(3600만 원)의 30% 정도인 1100만 원이나 됐다. 해외 출장에 수입차 회사 관계자를 동행시킨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은 황 연구원이 받은 현금과 상품권도 각각 400만 원과 190만 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환경부 산하기관의 말단 연구원이 이 같은 접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인증 권한이 한 명에게만 집중됐기 때문이다. 수입차 환경 인증은 법률상 15일 이내에 해 줘야 하지만 황 연구원은 인증서 발급을 1∼2개월씩 미뤘다. 이 과정에서 상부 감시나 자체 감사가 없어 결국 업체들은 황 연구원 한 명에게 ‘로비’를 계속했다.

계속된 갑질은 결국 수입 자동차 업계의 고발로 드러났다. 한 수입차 회사의 신고를 받은 주한유럽연합대표부가 한국 정부에 공식 항의하면서 황 연구원이 그동안 받은 향응의 전모가 드러났다. 경찰은 이날 황 연구원에게 700만 원가량의 향응을 제공한 수입차 업체 관계자 이모 씨(36)도 함께 불구속 입건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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