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캄보디아 고아 청년, 한국에서 희망 찾다

  • 동아일보

심한 당뇨 합병증 림 브에스나 씨, 천주교대전교구 배려로 무료수술

대전성모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는 림 브에스나 씨가 환한 표정을 짓고 있다.
대전성모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는 림 브에스나 씨가 환한 표정을 짓고 있다.
중병을 앓던 캄보디아의 한 청년이 천주교대전교구(교구장 유흥식 라자로 주교)와 대전 하기동성당, 대전성모병원의 배려로 한국에 와 무료 치료를 받으며 희망을 키워가고 있다.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 사는 림 브에스나 씨(23)는 12일 입국해 대전성모병원에 입원한 뒤 당뇨로 마비돼가는 다리와 신장 치료, 백내장 수술 준비를 하고 있다.

중국계인 그는 7년 전 사고로 부모가 함께 사망한 뒤 형제자매나 집, 재산도 없이 시아누크빌 오지마을을 전전하며 생활해왔다. 그는 학업도 중단한 채 경비일을 하다가 10여 년 전부터 앓아온 당뇨가 심해지면서 최근 합병증까지 겹쳐 삶을 포기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국인 율리 수녀에 의해 발견돼 현지 가톨릭이 운영하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지만 당뇨로 인한 괴사가 심해 오른쪽 발가락 3개를 잘라내야 했다. 그 후 병원 생활을 계속할 수 없어 지난해부터 시아누크빌 성당에서 지내다 병세가 악화돼 시력은 물론이고 신장까지 나빠진 상태다.

림 브에스나씨의 무료 치료를 주선한 대전 하기동성당 신부들이 올 초 캄보디아 현지에서 집짓기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시아누크빌=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림 브에스나씨의 무료 치료를 주선한 대전 하기동성당 신부들이 올 초 캄보디아 현지에서 집짓기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시아누크빌=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그에게 희망의 불씨를 지핀 것은 올 1월 현지로 봉사활동을 간 대전 하기동성당 신자들 덕분이었다. 매년 캄보디아에서 봉사활동을 펴 온 신자들이 그의 딱한 사정을 듣고 유흥식 주교에게 설명해 대전성모병원에서 무료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는 9일 혼자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해 마중 나온 하기동성당 방요셉 봉사단장 등과 합류해 병원에 입원했다. 내분비내과 이종민 교수팀을 비롯해 정형외과, 신장내과, 안과 등의 의료진이 정성스러운 치료를 하고 있다. 수천만 원에 이르는 진료비용은 모두 병원 측에서 부담하기로 했다. 또 병실 간호를 위해 건양대 간호대 동아리인 여성건강연구회 4학년 학생들이 2인 1조로 매일 봉사하고 있으며, 대전교구 측은 통역도 알선했다.

입국을 위한 항공료와 수속비용 등은 하기동성당 신자들이, 귀국 후 의약품은 대전시약사회 홍종오 회장이 맡기로 했다.

림 브에스나 씨는 “죽음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었는데 이렇게 치료를 받게 될 줄은 몰랐다”며 눈물을 훔쳤다. 그는 “치료를 받고 돌아가면 중국어를 배워 중국회사에 취직해 새로운 인생을 살아갈 생각”이라고 했다.

하기동성당의 한 신자는 양부모를 자임해 중국어학원 비용과 생활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하기동성당 신자들은 2012년부터 시아누크빌 성당과 인연을 맺은 뒤 학생들을 위해 매년 100명이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교육비 1200만 원을 지원해 왔다. 또 학업 성적이 우수한 아이들을 위해선 개별 후원자를 정해 고교 졸업 때까지 후원을 이어가고 있으며 올 1월에는 현지를 방문해 무주택자들을 위해 집을 지어주기도 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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