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파업 효과? 서면이 달라졌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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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진구 충격요법 이후 첫 주말

청소 파업 전-후 22일 오전 부산 부산진구 서면 1번가(아래 사진)는 파업 이틀째이던 15일에 비해 쓰레기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부산진구는 업소 홍보 전단 등 쓰레기가 넘쳤던 이곳(위 사진)은 3일간의 청소 파업 이후 쓰레기 무단 투기가 줄어 ‘충격요법’이 효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부산=강성명 smkang@donga.com·서영수 기자
청소 파업 전-후 22일 오전 부산 부산진구 서면 1번가(아래 사진)는 파업 이틀째이던 15일에 비해 쓰레기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부산진구는 업소 홍보 전단 등 쓰레기가 넘쳤던 이곳(위 사진)은 3일간의 청소 파업 이후 쓰레기 무단 투기가 줄어 ‘충격요법’이 효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부산=강성명 smkang@donga.com·서영수 기자
“친구야, 그거 버리면 안 된다. 요즘 서면에서 (길바닥에) 쓰레기 버리면 큰일 난다 카더라.”

22일 오전 7시경 부산 부산진구 서면1번가. 한 식당 앞에서 커피를 마시던 20대 남성이 일회용 종이컵을 던지려고 하자 그의 친구가 이렇게 말하며 막아섰다. 머쓱해진 남성은 다 피운 담배꽁초도 종이컵에 담고 식당으로 들어가 휴지통에 넣었다.

주말이면 쓰레기로 몸살을 앓던 서면1번가가 달라졌다. 우선 거리를 가득 메웠던 업소 홍보용 전단을 찾기가 힘들었다. 담뱃갑, 음료수캔 등이 조금 나뒹굴긴 했지만 시민들은 “주말치곤 상당히 깨끗해졌다”고 입을 모았다. 부산진구가 14∼16일 실시한 ‘청소 파업’이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다.

이곳에서 17년간 장사했다는 장명자 씨(65·여)는 “토요일 밤이면 오토바이를 타고 전단을 뭉치로 길에 던지던 사람들이 사라졌다. 쓰레기가 줄어 악취도 덜 난다”고 했다. 그는 “쓰레기가 넘치던 거리라 무단 투기는 고사하고 어디선가 트럭에 소파 등 가재도구를 싣고 와 버리고 달아나던 사람들도 있었는데 이번 주엔 통 볼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구는 이번 청소 파업이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알려지자 구청에 미리 신고하지 않고 전단을 뿌리던 가게나, 전단 배부가 금지된 타 지역 유흥업소 등이 꼬리를 감췄고 무단 투기에 따른 과태료 부담으로 신고된 업주 역시 버려진 자기 전단을 스스로 수거해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환경미화원 양모 씨(25)도 “오전 6시부터 청소 중인데 전단이 눈에 띄게 줄어 한결 수월하다. 다만 담배꽁초를 덜 버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손님을 기다리던 한 택시기사도 “서면이 이렇게 깨끗해진 걸 참 오랜만에 본다”고 맞장구를 쳤다.

하지만 ‘청소 파업’이 반짝 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목소리도 많았다. 편의점 직원 김모 씨(31)는 “지금은 움츠려 있겠지만, 생계와 직결되는 일인 만큼 홍보 전단은 조만간 다시 나타날 것”이라며 “실내 흡연이 금지돼 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많아진 만큼 유흥가엔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른 환경미화원도 “10년 동안 서면에서 청소 중인데 경험상 효과가 오래가긴 힘들 것 같다”고 했다. 실제 부산진구는 2012년 9월 10일 하루 동안 ‘청소 파업’을 단행한 적이 있다. 이후 며칠간 쓰레기가 절반 정도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지만 곧 예전 상태로 돌아갔다.

구에 따르면 이번에 청소를 재개한 17일부터 수거되고 있는 평일 쓰레기양도 3t에서 1t으로 크게 줄었다. 주말 결과는 매립장이 문을 여는 23일 오전에 집계된다. 구는 전단 불법 투기를 단속할 인력 3명과 평소 청소를 하지 않던 오후 시간대에 청소할 인력 3명도 추가 배치했다. 서면 일대에 2개뿐이던 휴지통은 11개로 늘렸다. 일부 업주와 가게 앞에 화단형 재떨이를 만드는 데도 합의했다. 하계열 부산진구청장은 “단속도 중요하지만 ‘청소 파업’의 효과가 지속되려면 성숙한 시민 의식과 부산시 차원의 노력이 함께 지속돼야 한다”며 “특히 이용자의 다수를 차지하는 젊은이들이 서면 거리를 더 아껴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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