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 보내면 대출”…보이스피싱 가담 30대 자매 쇠고랑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2일 18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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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하던 일을 그만 둔 김모 씨(36·여)는 생계 고민에 빠졌다. 그때 내연남인 최모 씨(35)가 은밀한 제안을 했다. 자신이 보이스피싱 관련 일을 하는데 국내에서 대포통장을 모집해 중국 총책에 건네면 그 대가로 쏠쏠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 다음달 김 씨는 중국 총책에게서 받은 1000만 원으로 서울 노원구에 사무실을 차리고 친언니(39)도 끌어들였다. 대부업체를 사칭해 불특정 다수에게 전화를 걸어 “신용등급을 올리기 위해서는 통장이 필요하다. 통장을 보내면 대출 해줄 것”이라며 통장을 수집했다. 김 씨 자매는 지난해 11월~올 2월까지 통장 132개를 중국 총책에게 전달했다. 그 대가로 3121만 원을 받았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김 씨 자매를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22일 밝혔다.

최근 대포통장만을 전문적으로 모집해 보이스피싱 일당에게 돈을 받고 넘기는 기업형 통장모집 조직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통장을 빌려준 사람도 처벌하는 등 처벌 규정이 강화돼 대포통장 수집이 어려워지자 대출업체나 구인 업체를 사칭해 통장을 모으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눈여겨볼 부분은 기존에 인출책, 통장전달책 등으로 범행에 가담하던 이들이 조선족에서 최근 국내 20,30대 젊은이들로 대체되고 있다는 점이다. 경찰 관계자는 “불황에 따른 실업난으로 국내 청년들이 아르바이트 구직 사이트에 나온 ‘고수익 알바’ 구인 광고를 보고 대거 범행에 가담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인출책으로 활동하다 사기 혐의로 구속된 구직자 김모 씨(21·여)는 9일 만에 600여만 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경찰은 구직사이트에 통장, 현금카드 등을 요구하는 업체에 대한 경고 팝업창을 띄우도록 요청할 계획이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최근 한 달간 집중단속을 벌여 총 54명을 적발했으며, 이 중 33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단속 건수는 총 27건이며 피해금액은 24억3000여만 원이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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