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병원 성추행’ 은폐 의혹 대책회의에 현직 총경 참석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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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서 접수 1주일 지나 피해자 조사… 경찰, 사건덮기 시도는 조사도 안해

국립경찰병원 고위공무원의 여직원 성추행 의혹이 알려진 이후 경찰의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이 커지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해당 병원 간부들이 성추행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했다는 내용을 파악하고도 아직 관련 조사에 착수하지 않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달 26일 경찰병원의 성추행 관련 진정서가 접수돼 진정인(피해자)과 피진정인(가해자)을 조사했다”며 “병원의 사건 은폐 의혹은 아직 조사하지 못했다”고 9일 밝혔다. 앞서 경찰병원 치과 소속 치위생사인 A 씨(여)는 “회식 자리에서 외과, 정형외과, 치과 등 13개 과를 담당하는 B 씨에게서 성추행을 당했다”며 지난달 26일 병원 감사실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경찰청 인권센터에 신고했다.

경찰병원 측에선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지난달 16일 현직 총경인 병원 간부 등 4명이 참석한 대책회의가 열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간부는 피해자 A 씨를 불러 “병원 길게 다닐 것이냐”고 묻는 등 사건을 덮으려는 발언을 했다는 게 A 씨 주장이다. 이 같은 논란이 일었지만 경찰은 아직 이 같은 은폐 시도는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 더구나 이 대책회의에는 총경 계급인 경찰 간부까지 참석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도 “경찰청 산하 기관이다 보니 경찰병원이 성추행을 조용히 덮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의 조사 과정도 문제다. 경찰은 진정서 접수 후 1주일이 지난 2일에야 A 씨를 조사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B 씨는 여기서 4일이 더 지난 6일 조사했다. 경찰이 사건을 적극적으로 조사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A 씨는 지난달 16일부터 한 달 동안 병가를 냈다. A 씨가 복귀하기 전까지 사건이 마무리되지 않는다면 성추행 의혹을 받는 상사와 함께 근무하게 된다. 경찰 관계자는 “성추행은 가해자들끼리 입을 맞춰 상황을 조작할 가능성이 커 신속한 수사가 필수”라고 지적했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경찰병원#성추행#여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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