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단독]국세청 남대문 별관 무리한 철거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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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시장 “광복 70주년 이벤트 추진”에…
일제가 덕수궁 정기 끊으려 세운곳… 市, 7월말까지 철거-잔디 입히기 총력
구관 설계도면 없고 폭파해체 힘들어… 시간 쫓긴 공사에 안전문제 우려

서울시가 국세청 남대문 별관(사진) 철거를 7월 말까지 모두 마무리할 방침인 것으로 확인됐다. 시가 서둘러 철거에 나선 이유는 박원순 시장의 지시에 따라 올해 70주년 광복절(8월 15일) 행사를 현장에서 열기 위해서다. 그러나 별관 일부는 지어진 지 80년 가까이 된 건물로, 벌써부터 조기 철거의 안전문제가 제기되는 등 추진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9일 서울시에 따르면 중구 태평로1가 국세청 남대문 별관(연면적 3890m²)의 철거작업이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준비된다. 3월 철거 도면 작성, 4월 공사 발주, 5월 철거 시작, 7월 말 철거 완료 및 잔디 식재 등의 일정으로 진행된다. 철거에는 4억 원, 잔디 식재에는 5000만 원이 투입된다. 현재 건물을 쓰고 있는 국세청 직원들은 15일 이사할 계획이다.

국세청 남대문 별관은 일제가 덕수궁의 정기를 끊기 위해 대한제국 마지막 황태자인 영친왕 생모의 거처를 허물고 지은 건물이다. 서울시는 내년 상반기까지 이 일대를 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철거 일정은 최근 확정됐다. 건물 터에서 대대적인 광복절 행사를 개최하려는 박 시장의 의견이 반영된 것이다.

최근 별관 철거 업무를 맡고 있는 공공재생과에 ‘국세청 별관 철거 공사는 퍼포먼스(이벤트) 형태로 추진’ ‘광복 70주년 행사와 연계한 홍보 전략 마련 및 시민참여 방식으로 추진’이라는 시장 명의의 요청사항이 내려졌다. 이어 공공재생과는 실무 부서인 도시기반시설본부 건축부에 ‘광복 70주년 행사가 가능하도록 7월 말까지 완료하라’고 3일 전달했다.

도시기반시설본부는 난감한 분위기다. 내부 검토 결과 별관 철거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별관은 5층짜리 구관과 6층짜리 신관, 2개 동이 맞닿아 있는 구조다. 구관의 경우 1937년에 건축돼 설계 도면조차 없다. 철거를 위한 별도의 도면을 새로 작성한 뒤 구체적인 철거 방법을 정해야 한다.

철거 방법도 고민이다. 가장 빠른 폭파 방법은 근처 덕수궁과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 서울시의회 건물에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일찌감치 배제됐다. 결국 상층부에서 유압기를 이용해 일일이 한 층씩 걷어내는 방식으로 철거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시일이 오래 걸린다. 가장 큰 난관은 강도가 약한 구관과 상대적으로 튼튼한 신관의 철거를 함께 진행해야 하는 것. 각각의 건물에 미치는 힘이 달라 철거 과정에서 균열도 제각각 발생해 안전성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층마다 파이프로 보강공사를 한 뒤 상부부터 순차적으로 철거하는 방법이 검토되고 있다.

시 도시기반시설본부 관계자는 “일정이 내려온 만큼 최대한 맞출 예정이지만 서둘러도 7월 말까지는 굉장히 빠듯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철거 후 광복절 행사를 열기 위해 현장에 잔디를 심는 계획도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있다. 이때 심을 잔디는 최종 공원 조성과는 별개인 임시 조경사업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시 공공재생과 관계자는 “철거 및 광복절 행사는 비공개 사항이라 답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국세청#남대문#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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