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잘나가던 부산경찰, ‘막말’ 파문으로 신뢰 흔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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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선 청장 사과로 일단락 불구
치안평가 전국1위 공든탑 무너져

권기선 부산지방경찰청장(51)의 ‘막말’ 논란은 당사자의 공식 사과로 일단락됐지만 심각한 후유증을 남겼다. ‘잘나가던’ 부산 경찰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고 조직 사기는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11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치안종합성과 평가에서 부산 경찰은 4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전국 16개 지방경찰청을 대상으로 시행한 치안 만족도 등 4가지 항목 평가에서 최고점을 받았다. 또 4대 사회악(성폭력·가정폭력·학교폭력·불량식품) 근절 평가에서도 2년 연속 1위를 지켰다. 경찰서를 방문한 민원인의 치안서비스 만족도 수준을 평가하는 고객만족도 평가에서도 1위를 차지해 3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그러나 권 청장의 막말 논란이 터지면서 이런 성과가 무색해졌다. 일선 경찰서의 한 경감은 “이번 사태 때문에 조직원들의 사기가 크게 떨어졌다. 시민들 얼굴 보기가 민망할 정도”라고 말했다. 지구대의 한 경장도 “주위에서 ‘총경도 그런 말을 듣는데 하위직은 오죽하겠느냐’며 걱정스럽게 물어보는 탓에 의욕이 떨어졌다”며 “이번 일로 부산 경찰 전체가 오해를 받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한 경위급 직원도 “그동안 열심히 해서 부산 경찰이 잘한다는 칭찬을 많이 받았는데 억울한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경찰청 대응을 놓고서도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8일 경찰청의 구두 경고 뒤 권 청장은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사무실을 찾아 자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총경급 직원은 “권 청장이 자신의 잘못을 숨기거나 변명하지 않고 깨끗이 인정하는 모습은 신뢰 회복을 위해 바람직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른 간부 직원은 “감찰을 통한 진상조사도 하지 않고 ‘구두 경고’로 서둘러 덮으려는 듯한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며 “부산 경찰은 이 정도 ‘막말’은 용인되는 조직처럼 비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간부도 “조직 문화의 문제이고 최고위직인 치안정감의 일인데도 본청 차원의 공식적인 재발 방지 대책도 하지 않았다”며 아쉬워했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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