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언제나 불러주면 가는 ‘애니콜 밴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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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공무원-시민 8명 ‘좋은 이들’… 10년째 무료콘서트 봉사활동

11일 공연 연습을 위해 무대의상을 갖춰 입고 부천시청에 모인 ‘좋은 이들’. 이들은 내년에도 공연 신청을 받으면 어디든지 달려가 음악과 함께 즐거움을 선사할 계획이다. 부천시 제공
11일 공연 연습을 위해 무대의상을 갖춰 입고 부천시청에 모인 ‘좋은 이들’. 이들은 내년에도 공연 신청을 받으면 어디든지 달려가 음악과 함께 즐거움을 선사할 계획이다. 부천시 제공
“이번 주 ○○요양원 공연에서는 어떤 노래로 레퍼토리를 꾸밀까요?”

“노인들이 좋아하는 트로트와 민요, 각설이 타령이 좋을 것 같아요.”

경기 부천시에 근무하는 공무원과 시민 등 8명이 모여 활동하는 노래공연봉사단 ‘좋은 이들’은 ‘애니콜 밴드’로 불린다. 시민들이 공연을 요청하면 어느 곳이라도 달려가 10여 년째 작은 콘서트를 무료로 열고 있어서다.

신현덕 부천시 기록물관리팀장(57)이 리더를 맡고 있는 이 봉사단은 2002년 4월 동료들과 함께 결성한 3인조 공무원 밴드로 1기 활동을 시작했다. 일주일에 2, 3회씩 하루 일과를 끝낸 뒤 신 팀장이 일하는 동사무소 대회의실에 악기를 들고 모여 호흡을 맞췄다. 1970, 80년대에 유행했던 포크송 등 가요 100여 곡을 눈을 감고도 연주할 실력이 되자 시민들이 자주 찾는 공원과 광장 등에서 무대에 올랐다. 이들은 “우리가 연주하는 음악을 들은 시민들이 낸 성금을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쓰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좋은 이들’은 공연장에 설치한 자선 모금함에 쌓인 동전과 지폐 등을 모아 백혈병과 심장병 등에 걸린 어린이의 수술비로 건네는가 하면 목돈이 생기면 경기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지정 기탁해 생활 형편이 어려운 가정을 지원했다. 탄탄한 연주 실력과 함께 이들이 베푸는 선행이 알려지자 복사골 예술제 등과 같이 부천에서 열리는 대부분의 축제에 불려 다닐 정도로 유명해졌다.

2011년에는 봉사단을 새로 꾸리고 2기 활동에 들어갔다. 3인조 밴드만으로 부천은 물론이고 인천과 경기 김포시 등 인근 도시에서 공연을 요청하는 ‘러브 콜’을 감당하기 힘들었다. ‘공무원들이 공원과 거리에서 모금 공연을 하는 건 지양하라’는 부천시의 권고를 받아들여 사회복지시설이나 단체 등을 찾아가 무료 공연을 펼치는 재능기부 동아리로 활동하기로 했다.

오디션을 거쳐 각종 악기를 능숙하게 연주하는 동료인 이준구(51·공원과) 송중기(51·회계과) 장용수(54·원미구) 송정원(47·여·〃) 정시아 씨(46·〃) 등을 단원으로 영입했다. 장 씨는 ‘성현’이라는 예명을 쓰는, 대한가수협회에 등록된 가수로 남성 보컬을 맡았다. 정 씨는 각설이 타령을 전담하기로 했다. “봉사활동에 동참하고 싶다”는 뜻을 밝혀 온 시민 가운데 색소폰을 연주하며 노래도 부르는 이화옥 씨(55)와 대한가수협회 소속 금란 씨(46)를 여성 단원으로 받아들였다.

이때부터 봉사단은 주로 주말을 이용해 소외된 이웃을 찾아 나섰다. 돌보는 자식이 없는 노인들이 주로 생활하는 양로원과 요양원, 장애인수용시설 등을 찾아가 노래와 함께 한바탕 웃음을 선사했다. 백화점과 대규모 할인매장에 밀려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는 전통시장은 단골 콘서트장이 됐다. 평일에는 부천시가 여는 각종 문화행사에도 빠짐없이 등장하는 등 수도권 일대에서 연간 60차례가 넘는 공연을 펼쳤다. 지난해에는 신 팀장이 주머니를 털어 600만 원을 주고 마련한 중고트럭에 악기와 각종 장비를 싣고 80여 차례나 무대에 올라 안전행정부가 주관한 전국 공무원 봉사활동 재능기부 공모전에서 특선을 차지했다. 신 팀장은 “그늘진 삶을 살아가는 이웃들이 공연을 보며 환한 미소를 지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며 “정년을 맞을 때까지 봉사활동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애니콜 밴드#좋은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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