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에 머리까지 쓰는 ‘3세대 조폭’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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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M&A-주식시장 이용 탈세 횡령… 2兆 지하경제 주물럭
1500억 도박사이트 운영 등 지능화… 영화속 기업형 조폭이 현실로
검찰, 10개월간 345명 구속

#1. 폭력조직 범서방파 두목급인 정모 씨(48)는 마카오의 한 호텔 카지노와 연계해 ‘원스톱 국제도박판’을 중개했다. 한국인 도박자를 모집해 항공권과 호텔 숙소 등을 직접 제공해 손쉽게 도박을 즐길 수 있게 해줬다. 도박자금을 현금으로 받아 카지노에서 사용할 수 있는 칩을 제공하고 웃돈까지 받았다. 검찰은 도박자들이 성매매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2. 대전 폭력조직 유성온천파와 반도파는 2012년부터 1223억 원대의 불법 선물(先物) 시장을 개설해 200억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이들은 코스피200과 연동된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개발했고 증권 전문가에게 리베이트를 주고 투자자를 모으는 전문화된 수법을 썼다. 수익금은 조직원을 대표로 세워 유령 법인을 만든 뒤 법인 명의로 대포통장을 만들어 현금화했다.

○ 2조 원대 지하경제 주무른 ‘3세대 조폭’

대검찰청 강력부(부장 윤갑근 검사장)는 최근 10개월간 인수합병(M&A)이나 금융시장을 넘나들며 지능화된 범죄로 수익을 올리는 일명 ‘3세대 조폭’을 비롯해 폭력조직 일제 단속을 벌여 총 345명을 구속하고 898억 원대의 범죄수익을 환수 조치했다고 밝혔다. 조폭이 연루된 지하경제 규모는 무려 2조 원대를 넘어섰다고 검찰은 밝혔다.

3세대 조폭의 활동 양상은 과거 폭력과 공갈협박 수준을 넘어 기업 M&A, 주식시장 이용 횡령 탈세 범죄 등으로 지능화했다. 영화 속 ‘기업형’ 조폭이 현실화한 것. 목포오거리파 조직원 김모 씨(44)는 2009년 사채업을 하다 코스닥 상장사를 인수해 채권과 전환사채 발행자금 총 94억6000만 원을 횡령했다.

조폭들이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무대는 불법 사행시장이었다. 총 1조7682억 원대 지하경제가 구축됐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382억 원대의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를 운영한 국제마피아파 3명을 구속했다. 광주지검은 전직 경찰관 김모 씨(42·구속)와 손잡고 필리핀에 서버를 둔 1500억 원대의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던 경산인규파를 적발했다.

○ 의리는 없다…돈 따라 합종연횡

폭력조직 간 일명 ‘전쟁’을 위한 대치나 ‘칼부림’도 여전했다. 이와 관련해 42명이 구속됐고 조직원의 집단 합숙생활도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회사를 차리고 말끔한 양복으로 갈아입었지만 옛 행태는 그대로였던 것이다.

부산을 기반으로 한 전국구 폭력조직 칠성파 부두목 김모 씨(42)는 2009년경 범서방파와의 전쟁에 대비해 조직원 수십 명과 함께 상경했다. 이들은 회칼과 흉기로 무장하고 범서방파 조직원을 찾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일대를 수색했다. 이에 대항해 범서방파 조직원 48명이 집결해 서로 대치한 사건이 검찰에 적발돼 올해 양측 조직원 13명이 구속 기소됐다. 대구의 최대 폭력조직 중 하나인 동성로파는 경북 포항 월포해수욕장 수상레저 사업권을 놓고 삼거리파와 전쟁을 하기 위해 집결했다가 16명이 구속 기소됐다. 강원 원주의 종로기획파 김모 씨(53)는 지역 중견 기업인들을 협박해 13억5000만 원을 빼앗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강력부 관계자는 “흔히 조폭은 ‘의리’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며 “철저한 경제논리로 돈 앞에서 합종연횡을 거듭하는 게 조폭의 실상”이라고 말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지하경제#조폭#도박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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