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10원짜리 동전 7000만개 녹여 ‘2배 장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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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억어치 동괴로 만들어 20억에 팔아… 경찰, 주물기술자 등 13명 적발

구형 10원짜리 동전으로 동괴(구리덩어리)를 만들어 팔다가 적발됐던 주물기술자가 집행유예 기간에 다시 같은 범죄를 저지르다 붙잡혔다.

경기 포천경찰서는 한국은행법 위반 혐의로 주물기술자 노모(56), 김모 씨(53·여)를 구속하고 동전 수집업자 김모 씨(46) 등 1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8일 밝혔다.

노 씨 등은 지난해 10월부터 1년 동안 경기 양주시와 포천시 주물공장 4곳에서 옛 10원짜리 동전을 녹여 만든 동괴 37만7528kg을 경기 부천 등지의 금속업체에 19억7651만여 원에 판 혐의를 받고 있다.

노 씨 등은 동전 수집업자 10명이 전국 각지 금융기관에서 수집한 10원짜리 7억1693만6500원어치를 동전 1개당 5∼8원을 더 주고 산 것으로 조사됐다.

1970년 7월부터 2006년 1월까지 발행된 10원짜리는 구리 65%, 아연 35%가 들어가 원가가 3배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원짜리 녹이기 범죄가 잇따르자 한국은행은 2006년 12월부터 크기를 줄이고 구리 함량도 48%로 낮춰 새 동전을 만들었지만 제조 원가가 22원으로 여전히 가치보다 높다. 하지만 수집 비용과 다시 녹이는 작업을 거치는 비용 때문에 새 동전은 녹이기 범죄의 타깃이 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의 범행은 지난해 7월 포천시에서 주물기술자 김 씨가 동전을 녹이다가 체포되면서 발각됐다. 하지만 당시 김 씨는 공범 노 씨에게 감시카메라 등을 뜯어내 증거를 없애도록 하고 종업원들에게도 ‘오늘 처음 작업을 하다가 잡혔다’고 진술하게 해 공범들은 당시 적발되지 않고 혼자 처벌받았다. 경찰은 이후 김 씨 계좌를 추적해 이번에 공범 일당 전체를 적발했다.

경찰은 동전 수집업자들이 전국 금융기관에서 “집을 짓는 데 장식용으로 필요하다”는 식으로 구형 10원짜리 동전을 대량으로 수집한 사실에 주목해 추가 범행이 있을 것으로 보고 여죄를 추궁하고 있다.

한편 노 씨는 2012년 8월과 2010년 10월 두 차례에 걸쳐 10원짜리 동전 5700만 원어치와 7억여 원어치를 녹여 동괴로 만들어 팔다가 적발돼 불구속 입건됐다. 그는 2년 전 사건으로 지난해 5월 법원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포천=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10원짜리 동전#주물기술자#동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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