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삼겹살, 발로 밟으면 국산? 명절 앞두고 단속했더니…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4일 21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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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식품부 농산물품질관리원 단속요원들은 최근 경기 동두천에 있는 한 삼겹살 공급업체를 급습했다가 황당한 광경을 목격했다. 공장장과 종업원 3~4명이 고기 위에 나무판을 깔고 그 위를 밟고 있었던 것이다. 국산 삼겹살이 수입산보다 두께가 얇고 길이가 길다는 점 때문에 발로 밟아 고기를 늘려서 수입산을 국산으로 둔갑시키기 위한 작업이었다. 고기 더미의 겉에는 국산을, 안쪽에는 수입산을 겹겹이 쌓는 방식으로 포장하기도 했다.

원산지 표시와 다른 엉뚱한 고기를 쓴 사례도 있었다. 전남 광주의 한 보양식 음식점에선 호주산 양고기를 염소고기로 속여 팔았다. 식당 안에는 '국내 염소 고기를 쓴다'고 표시했지만 손님들이 실제로 먹었던 것은 택배로 주문한 호주산 양고기였다. 다른 한 업체는 삼겹살 공급업체가 아닌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주택가에 '정밀회사' 간판을 달고 새벽에 수입산 돼지고기를 국산 포장지로 재포장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농식품부는 사법경찰관 1100여 명과 정예 명예감시원 3000여 명을 동원해 8월 12일부터 9월 2일까지 추석에 맞춰 집중 단속을 시행했다고 4일 밝혔다. 2일까지 농식품부가 조사한 업소는 1만6495개로 원산지를 거짓으로 표시한 264개 업소와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은 114개 업소가 적발됐다.

이번 단속에서 가장 많이 적발된 품목은 배추김치로 83개 업체(8만7000여 ㎏)에서 원산지를 거짓으로 표시했다. 그 다음으로는 돼지고기의 원산지 거짓 표시가 65건(5953㎏)으로 많았다. 농식품부는 원산지를 거짓으로 표시한 업체들을 형사입건했다. 원산지 미표시 업체들에는 272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원산지 표시 의무화된 지 20년이 지나면서 지능적인 위반업체들이 많이 생겨 적발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마약 단속처럼 잠복근무를 하며 업체들을 적발했다"고 말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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