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달러 지폐 위조방법 알려줄테니 100만달러 투자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4일 16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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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업자 A 씨(53·강원 춘천시)는 지난해 12월 업무차 중국에 갔다가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터키인이라고 밝힌 B 씨는 '한국 부동산에 600만 달러를 투자하고 싶다'고 제의했고 대리인 C 씨를 호텔로 보냈다. 그러나 미국인 C 씨는 부동산 투자가 아닌 "100달러 짜리 미국 지폐를 위조하는 방법을 알려줄 테니 100만 달러를 투자하라"고 제안했다.

이 자리에서 C 씨는 이른바 블랙머니, 화이트머니라는 위폐 제조 시연을 선보였다. 검은색 종이와 흰색 종이를 액체가 담긴 컵에 넣었다 빼자 100달러짜리 지폐로 감쪽같이 변했다. A 씨가 보기에는 마술 같은 일이었고 위폐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진짜 같았다. 그러나 A 씨는 제의를 거절한 뒤 귀국했다.

이어 올 7월 B 씨 일당인 카메룬인 D 씨(38)가 A 씨를 찾아왔고 중국에서 보여줬던 위폐 제조 시연을 서울과 춘천에서 한 차례씩 선보였다. 이번에도 역시 종이는 100달러짜리 돈으로 감쪽같이 바뀌었다. 그러나 이는 모두 속임수였다. 진폐에 잉크를 칠해 '검은색 종이'인 것처럼 한 뒤 액체에 넣어 잉크를 씻어내는 수법이었다. 흰색 종이를 넣기 전 진폐를 컵에 넣어두었다가 몰래 바꿔치기하는 수법이었다. 이들이 사용한 액체는 단순한 비눗물로 확인됐다.

D 씨는 A 씨가 반신반의하자 시연으로 만든 위폐(사실은 진폐)를 은행에서 환전하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A 씨는 지난달 29일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이날 A 씨와 만나려던 D 씨를 검거했다. A 씨는 "진폐 같은 돈을 만들 수 있다면 굳이 남의 투자를 받을 필요가 없지 않겠느냐"며 신고 이유를 밝혔다. 강원지방경찰청 외사계는 D 씨를 사기 미수 혐의로 구속하는 한편 공범 2명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의 수법은 오래전부터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것으로 2010년 11월에는 은퇴한 전직 해외 주재 대사가 블랙머니 사기 일당에 속아 4500달러를 뜯기기도 했다.

춘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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