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가면 끝까지 찾아내 죽인다” 성매매로 5년간 100억 뜯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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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년 7월 16일 13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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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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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전국구 건달이야. 도망가면 지방 건달들 풀어서 끝까지 찾아낸 다음에 죽여버린다."

서울 강동구 천호동의 성매매업소에서 일하던 A 씨(32·여)는 지난해 조직폭력배 이모 씨(44)로부터 이런 말을 듣고 벌벌 떨었다. 이 씨는 "도망가면 여기보다 더 (착취가) 심한 섬에 팔아버린다"는 협박도 했다. A 씨가 '야한 옷'을 입고 있으면 사진도 찍었다. 왜 찍느냐고 물으면 "나중에 네 결혼식장에서 시부모와 남편에게 보여줄 거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A 씨는 2011년부터 약 2년간 경기 성남시의 룸살롱에서 일하다가 이 씨를 만났다. 그는 함께 '2차'를 가자며 밖으로 나올 때면 성매매를 하러 모텔에 가는 대신, 커피를 사줬다. 스키장에 데려가준 적도 있었고, 명품가방을 사주기도 했다. 한없이 자상한 남자로 보였다.

이 씨는 어느 날 "천호동 성매매업소에 가면 쉽게 돈을 벌 수 있고, 언제든 관둘 수 있다"며 자신을 따라가자고 말했다. 당시 A 씨는 교통사고를 내서 합의금 3000만 원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 씨는 합의금을 빌려주면서 천호동의 성매매 업소로 그녀를 안내했다.

그날부터 악몽이 시작됐다. 이 씨는 여성들을 감금시킨 채 성매매를 하고 있었다. A 씨도 예외가 아니었다. 외출을 할 때는 남자직원의 감시를 받았고, 감옥같은 나날이 지속됐다.

당초 성매매를 하기로 계약한 기간은 1년. 하지만 손님을 하루에 5명 이상 못 받거나, 몸이 아파서 쉬게 되면 계약기간이 하루씩 연장됐다. 몸이 아파 고통을 호소하면 업소는 '주사이모'로 불리는 무면허 업자인 전모 씨(57·여)를 불렀다. 전 씨는 항생제 주사를 놓아주면서 현금 1만~5만 원을 요구했다. A 씨는 아파도 주사를 맞아가며 성매매를 해야 했다.

이 씨는 조직폭력배 김모 씨(35)와 함께 무등록 대부업도 일삼고 있었다. 성매매 종사자 및 유흥업소 직원 44명을 상대로 3억5100만 원을 빌려주고 연 221%라는 폭리를 내세웠다. 그는 2009년부터 지난달까지 성매매업소 3곳을 운영하면서 100억 원을 벌어들였다. 이렇게 번 돈으로 외제차 12대를 타고 다녔고, 아파트와 전원주택을 사들이며 호화생활을 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 씨와 전 씨를 구속하고 관련인물 16명을 불구속입건했다고 16일 밝혔다. 이 씨는 벌어들인 돈 중 약 17억 원을 위장이혼한 부인 김모 씨(44)를 통해 차명으로 관리하며 숨겨왔다. 경찰은 범죄수익을 환수하기 위해 해당 재산을 빼돌리지 못하도록 양도·매매 등을 금지하는 '기소전몰수보전'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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