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 돌진 車에 ‘쾅’… 세살 아들 살린 母情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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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서 안고 가던 아이 밀어내고… 엄마는 500m 끌려갔다가 끝내 숨져

5일 오후 9시 10분경 전북 전주시 완산구 평화동의 한 아파트 앞 왕복 2차로 횡단보도. 세 살배기 아들을 안고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던 주부 이모 씨(41)는 어둠 속에서 갑자기 돌진한 승용차에 부딪혔다. 이 씨와 아들은 그 충격으로 약 3m나 튕겨 나갔다. 엄마는 그 와중에도 아이를 감싸 안고 있다가 도로 옆으로 밀어냈다. 사고를 낸 운전자 김모 씨(52)는 그 후에도 계속 차를 몰았고 이 씨는 약 500m를 끌려갔다. 이 씨는 사고를 목격한 행인이 119에 신고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안타깝게도 끝내 숨을 거뒀다. 아들은 차량과의 충돌로 충격을 받았지만 엄마가 최대한 보호해준 덕분에 병원에서 간단한 치료를 받은 뒤 1시간 만에 퇴원했다. ‘모정(母情)의 힘’으로 생명을 건진 거였다.

운전자 김 씨는 모자(母子)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모습을 확인하고도 신고를 하지 않은 채 인근 평화파출소로 달려가 한모 경위(46) 등에게 교통사고 대신 다른 이야기만 늘어놓았다. 한 경위 등은 이날 오후 9시 40분 ‘뺑소니 사고가 일어났다’는 무전을 받고 김 씨가 사고를 낸 운전자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김 씨는 술도 마시지 않은 상태였지만 시선이 흔들리고 정확한 언어를 구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 씨가 구호조치 없이 왜 뺑소니를 쳤는지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가 파출소에서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보여 정신분열 증세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전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뺑소니#전주 모자 교통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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