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분 골든타임 소화기 투혼… 북창동 화재 막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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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소공동주민센터 김동구 주무관… 17일 옆건물 불나자 발빠른 초동대처
뒤이어 소방차 출동 “대형화재 번질뻔”

20일 서울 중구 북창동에서 공무원 김동구 씨가 화재로 소실된 현장을 가리키고 있다. 서울 중구 제공
20일 서울 중구 북창동에서 공무원 김동구 씨가 화재로 소실된 현장을 가리키고 있다. 서울 중구 제공
한 공무원의 발 빠른 대처로 서울 4대문 안의 대표적 먹자골목인 중구 북창동이 대형 화재의 위기에서 벗어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역 주민들은 “초기 대응에 실패한 세월호 침몰 사고와 대비되는 사례”라며 고마워했다.

주인공은 소공동 주민센터 주무관 김동구 씨(51·7급). 김 씨는 17일 지방선거 선거인명부 작업을 위해 주말인데도 출근했다. 이날 오후 4시 25분경 주민센터 4층 옥상에서 주변을 둘러보던 중 20m가량 떨어진 건물에서 시커먼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동료 직원들에게 “불이 났다. 119에 신고해 달라”고 말한 뒤 불이 난 건물로 뛰어갔다. 2층 상가건물의 1층 S숯불구이집 내부는 연기로 가득했고 시뻘건 불길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음식점 주방에 있던 주인은 불을 끌 생각도 못한 채 우왕좌왕하던 상황. 그러나 김 씨는 침착했다. 음식점 계산대 주변에서 소화기를 찾아내 불을 끄기 시작했다. 그래도 불길이 잡히지 않자 옆 가게 호프집에 있던 소화기까지 빌려 2차 진화를 시도했다.

그 사이 동 주민센터에서 소화기를 가져와 진화작업을 도왔다. 이어 4시 32분경 소방차 7대, 소방관 20명이 현장에 도착해 오후 4시 55분 완전히 불을 껐다. 약 2800만 원의 재산 피해가 났지만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주방에서 고기를 굽다 환기구에 있던 기름찌꺼기에 불이 옮겨 붙은 것으로 추정했다. 중부소방서 관계자는 “화재가 난 지역은 지은 지 30∼40년 된 낡은 건물이 밀집한 곳이었다. 발 빠른 초기 진화로 불길을 잡지 않았다면 옆 건물로 불이 번져 북창동 일대에 대형 화재가 날 뻔했다”고 말했다.

1991년 공무원이 된 김 씨는 2011년 11월부터 소공동 주민센터에서 차량 운행과 환경순찰 업무를 맡고 있다. 3년 가까이 매일 지역 내 구석구석을 살피다보니 동네 사정을 훤히 꿰뚫고 있다. 평상시에 가게마다 소화기가 어디에 있는지를 챙겨본 덕분에 화재가 났을 때 신속하게 조치할 수 있었다.

김 씨는 “화재 당시에는 ‘빨리 불을 꺼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는데 돌이켜보면 아찔한 생각도 든다”며 “누구나 그런 상황이라면 당연히 현장으로 달려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북창동#세월호#골든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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