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폼 안입어 선원인줄 몰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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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현장 처음 도착한 목포해경 123정
망치-도끼로 유리창 깨고 7명 구조… ‘퇴선’ 방송했지만 제대로 전달안돼



‘바다에 뛰어내리세요. 퇴선하세요.’

16일 오전 침몰해 가는 세월호에서 승무원들 지시에 따라 선실에서 대기하고 있던 승객들에게 조난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경 구조선이 긴급 방송을 했지만 이 역시 선실 안의 승객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 침몰 당시 가장 먼저 사고 해역에 도착한 목포해양경찰 123정(100t)의 김경일 정장은 28일 진도 서망항에서 구조활동 당시 상황에 대한 기자회견을 했다. 이 자리에서 김 정장은 “사고 해역에 도착한 오전 9시 30분 내가 직접 ‘승객 여러분, 모두 바다에 뛰어내리십시오. 퇴선하십시오’란 방송을 내보냈다”고 밝혔다. 123정의 선미와 선수에는 긴급방송을 할 수 있는 스피커 2대가 설치돼 있다. 김 정장은 약 5분간 퇴선 방송을 계속 내보냈다고 했지만 선내 방송만 믿고 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승객들에게는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세월호 위에서는 헬리콥터 등이 구조활동에 나서 주변 소음이 심한 상황이었다.

‘여객선 침몰이 임박했으니 탑승객은 바다로 뛰어내리는 상황에 대비하라’는 선내 방송이 나온 건 첫 침몰 시점부터 1시간 20여 분이 지난 오전 10시 15분. 이때는 이미 배가 90도 가까이 기울어 탈출이 어려운 시점이었다. 만약 해경이 도착하자마자 내보낸 퇴선 방송이 제대로 승객들에게 전달됐다면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123정은 사고 해역으로 이동하며 주변 어선에 도움을 요청해 오전 9시 40분경에는 약 40척의 어선이 사고 해역에 모여들었다.

해경의 퇴선 방송은 결과적으로 승무원들에게만 이득이 됐다. 퇴선 방송이 나간 뒤 해경은 조타실 쪽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고 망치와 도끼를 갖고 들어가 유리창을 깨고 7명을 구조했다.

당시 먼저 탈출한 선원들은 평상복 차림으로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다. 김 정장은 “선원들이 탈출 시 선원임을 알 수 있는 제복도 입고 있지 않아 일단 급한 마음에 구조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상황이 워낙 급박했고 선원들이 신분을 전혀 밝히지 않아 승객인지 선원인지 알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진도=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세월호#퇴선 방송#목포해양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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