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고기반찬 달라” 공무원들 아우성… 무슨 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3일 03시 00분


서울시-25개 구청 구내식당, 매주 1차례 채식의 날 운영
반발 심해 41곳중 11곳서 중단

서울의 한 구청 구내식당은 지난해 “‘채식의 날’을 운영해 달라”는 서울시의 공문을 받고, 한 달여 동안 매주 1회 채식 식단을 내놨다가 최근 중단했다. 일부 직원이 “풀(야채)만 나오냐”고 불만을 표시했기 때문이다. 채식이 나오는 날이면 점심 평균 450여 명이던 이용객은 300여 명으로 줄었다. 영양사 A 씨는 “고심 끝에 야채비빔밥 등 새 채식 식단을 내놨지만 반응이 좋지 못했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지난해 5월부터 “각종 성인병을 예방하자”는 취지로 실시하고 있는 ‘채식의 날’ 프로젝트가 일부 공무원으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서울시는 우선 본청 및 서소문 청사와 산하 사업소, 그리고 25개 구청의 구내 식당 등 모두 41곳에서 매주 한 끼 채식을 제공하는 ‘채식의 날’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달 집계 결과 11곳(27%)이 1년도 안 돼 중단한 것으로 밝혀졌다.

주로 공무원들이 “고기 반찬은 왜 없느냐”며 식당에 불만을 표시해 수입 감소를 우려한 식당이 채식 식단을 접었다. 일부 공무원은 서울시 총무과에 “채식의 날을 폐지해 달라” “육식의 날을 신설해 달라”며 직접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예상 밖으로 반대가 크자 서울시는 고민에 빠졌고, 2월 대기업 계열 급식업체인 삼성웰스토리, 현대그린푸드와 함께 회의까지 가졌다. 삼성웰스토리가 제시한 해법은 ‘철학적으로 접근하자’는 취지로 “채식을 하면 육류 소비가 줄고, 덩달아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 등 지구 환경을 지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라”는 것. 채식 운동뿐 아니라 환경 운동까지 된 셈이다. 서울시는 나트륨 섭취를 줄이자는 운동과도 연계해 채식의 날을 홍보할 예정이다.

서울시 식품안전과 관계자는 “채식을 중단한 구내 식당에는 다시 참가를 독려하고 올해는 일반 기업체까지 확장해 ‘채식의 날’ 운영 식당을 내년까지 300곳으로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구청 구내식당#채식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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