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한진重 노사 손잡자… 대형선박 수주 물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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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크조선소 8억달러 초대형 계약… 영도조선소도 유럽 벌크선 수주
새 노조 출범후 일감 잇달아 확보

극심한 노사분규를 겪었던 한진중공업이 조선경기 불황 속에서도 잇따라 대형 선박을 수주하고 있다. 이번엔 노사가 힘을 모은 결과다.

한진중공업은 “필리핀의 한진 수비크조선소가 영국 선사인 나빅8(Navig8)사로부터 30만 t급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4척을 최근 수주했다”고 9일 밝혔다. 수비크조선소는 다른 유럽 선주사들로부터도 VLCC 2척, 대형 컨테이너선 2척을 함께 수주했다. 8척의 계약금액은 8억 달러(약 8500억 원)다.

한진중은 지금까지 부산 영도조선소의 공장용지가 좁아 초대형 원유운반선 수주전에 참가하지 못했으나 2009년 최신 설비와 세계 최대의 독을 갖춘 수비크조선소를 완공한 이후 처음으로 초대형 선박을 수주했다.

이번에 수주한 VLCC는 길이 333m, 폭 60m, 깊이 30m에 속력은 15노트다. 최신형 이중선체로 국내에서 하루에 소비되는 원유를 모두 실을 수 있는 크기다. 2016년 하반기부터 2017년 하반기까지 순차적으로 선주에게 인도될 예정이다.

한진중 수비크조선소는 지난해 중대형 컨테이너선을 주로 수주한 데 이어 이번 수주로 초대형 선박 건조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했다. 수비크조선소는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모두 45척, 29억 달러 규모의 건조 계약을 성사시켜 2017년까지 3년 치의 조업물량을 확보했다.

이에 앞서 한진중 영도조선소도 최근 유럽 선주와 18만 t급 벌크선 3척을 2억 달러에 수주했다. 수주 벌크선은 길이 292m, 폭 45m, 깊이 25m에 속도는 15노트다.

이 배도 수비크조선소에서 수주한 것과 마찬가지로 모두 친환경 디자인을 적용한 고연비, 고효율 선박이다. 영도조선소에서 건조돼 2016년 상반기부터 하반기에 걸쳐 순차적으로 선주에게 인도될 예정이다.

한진중 영도조선소는 조선 경기 불황과 노사분규 등이 겹치면서 지난해 5년 만에 처음으로 선박을 수주했다.

지난해에만 모두 15척, 7억 달러 상당을 수주한 데 이어 올해도 대형상선을 수주하면서 2016년까지 안정적인 조업물량을 확보한 것. 지난해 수주한 선박들은 7월부터 철판 커팅 등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조만간 영도조선소 독에서 힘찬 망치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진중은 대형 상선 및 해양플랜트 중심의 수비크조선소와 중형 상선 및 특수선 중심의 영도조선소 경영체제로 효율성을 극대화해 세계적 조선기업으로 도약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한진중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30억 달러 수주 목표를 세웠다.

한진중은 조선업계 불황 여파로 2008년 하반기부터 일감을 거의 수주하지 못했다. 회사가 2010년 말 정리해고에 들어가자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의 노조 집행부는 ‘크레인 농성’ 등으로 반발해 1년간 노사 갈등을 겪었다. 2012년 1월 ‘회사를 살려야 한다’며 새 노조가 출범하면서 회생의 돌파구를 마련했다.

정철상 한진중 상무는 “앞으로 건조 물량 확대뿐만 아니라 고수익 선종으로의 질적 성장도 추진하겠다”며 “생산시스템 개선과 원가 경쟁력을 갖춘 영도조선소의 추가 수주도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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