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나주시 봉황농협 임직원들이 모내기 할 모판을 이앙기에 싣고 있다. 봉황농협 등 전남지역 농협들이 벼농사에 필요한 모든 농작업을 대행해 주는 ‘맞춤형 서비스’로 호응을 얻고 있다. 농협전남지역본부 제공
“농협 덕에 농사짓기가 한결 수월해졌네그려.”
전남 나주시 봉황면에서 논밭과 과수원을 합쳐 6만6115m² 규모의 농사를 짓는 김윤식 씨(61)는 바쁜 농사철을 앞두고 마음이 편하다. 논갈이는 물론이고 육묘와 모내기, 병해충 방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김 씨는 지난해부터 9917m²의 논 경작을 봉황농협에 맡겼다. 영농 대행비는 논 1마지기(660m²)당 20만 원으로 일반 위탁영농회사에 맡기는 것보다 저렴하다. 김 씨는 농약 값, 인건비 등 연간 영농비를 20% 이상 절감해 전년보다 소득이 1400만 원이나 늘었다. 김 씨는 올해도 벼농사는 농협에 맡기고 콩(3만3057m²), 감(2만6446m²) 재배에 집중할 생각이다. 김 씨는 “채산성 낮은 쌀농사를 지을 시간에 가욋일을 하거나 다른 고소득 영농에 집중할 수 있는 ‘맞춤형 직영농협’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 벼농사 대신 지어주는 농협
‘맞춤형 직영농협’은 농촌 고령화로 일손이 부족한 데다 고가의 농기계 구입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도입됐다. 농협이 육묘에서 수확 후 건조까지 모두 책임져 농가 반응이 좋다. 전남지역 맞춤형 직영농협은 지난해 8곳에서 올해는 13곳으로 늘었다. 면적도 2011년 10만602ha, 2012년 19만2724ha, 지난해 21만3017ha로 증가세를 보였다. 올해 대상 면적은 이보다 더 늘어난 23만5000ha다.
봉황농협은 지난해 ‘직영농기계은행’ 사업을 확대해 벼농사 일괄 대행사업을 시작했다. 트랙터, 이앙기, 콤바인 2대씩과 농업용 무인헬기 2대를 마련하고 연간 7만 상자의 육묘를 생산할 수 있는 1980m² 규모의 공동 육묘장을 갖췄다. 전문 영농인 2명도 채용했다. 위탁경지를 4개로 단지화해 병해충 방제 등 각종 작업 효율도 높였다.
임도일 봉황농협 전무(50)는 “육묘와 모내기, 방제, 콤바인 수확, 벼 건조 및 판매까지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니 힘이 부치는 고령 농가들이 반기고 있다”며 “호응도가 높아 5년 내 면적을 200ha로 늘리고 품목도 벼에서 과수 등 고소득 작목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 맞춤형 직영농협 성공 모델
전남 고흥군 팔영농협도 전국에서 손꼽히는 ‘맞춤형 직영농협’이다. 팔영농협은 이 사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해 2011∼2013년 내리 3년간 전국 1위인 ‘농기계은행사업 대상’을 수상했다. 팔영농협이 보유하고 있는 직영 농기계는 무인헬기 2대, 트랙터 4대, 콤바인 2대, 승용이앙기 2대, 광역살포기 1대 등이다. 또 트랙터 162대, 콤바인 32대, 승용이앙기 39대 등을 농가에 임대해 주고 있다.
팔영농협은 일반 위탁영농회사에서 꺼리는 소규모 농지나 수렁논, 비탈진 논, 다랑논의 농사를 대행해 호응을 얻고 있다. 농협은 4명의 전담 직원으로 ‘유통·영농지원단’을 꾸려 운영하고 있다. 농작업 대행 면적은 2009년 2200ha, 2010년 3200ha, 2011년 9822ha, 2012년 2만1000ha, 2013년 2만9100ha로 급성장했다. 팔영농협은 맞춤형 영농으로 연간 2억 원의 생산비 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팔영농협은 지난해부터 육묘장을 활용해 달래를 농가 소득 작목으로 육성하는 시범사업을 벌이고 있다. 마늘 재배 농가들이 보유하고 있는 건조장을 겨울철에 달래 생산장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박종수 농협전남지역본부장은 “농산물 가격이 제자리이거나 오히려 떨어지는 상황에서 농가소득을 늘리는 것은 생산비 절감밖에 없다”며 “지역별 작물별 특성에 맞는 맞춤형 영농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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