許 뉴질랜드 17개 법인 모두 페이퍼컴퍼니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일 03시 00분


회계법인이 쓰는 오클랜드 10층 건물에 주소지

문제의 회계법인 건물



뉴질랜드 오클랜드의 챗필드 회계법인 건물.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과 관련 있는 17개 법인이 모두 주소지로 삼은 곳이다. 오클랜드=이윤상 채널A 기자 yy27@donga.com
문제의 회계법인 건물 뉴질랜드 오클랜드의 챗필드 회계법인 건물.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과 관련 있는 17개 법인이 모두 주소지로 삼은 곳이다. 오클랜드=이윤상 채널A 기자 yy27@donga.com
뉴질랜드 오클랜드 시청에서 차로 15분 정도 떨어진 카이버 패스로드 25번지. 10층짜리 건물인 ‘아웃소스 IT타워’가 서 있다. 가나다개발, KNZ인터내셔널, KNZ건설, 빅토리아타워개발, 유토피아타워개발 등 대주그룹 허재호 전 회장(72)과 관련이 있는 뉴질랜드 현지 법인 17곳의 주소지가 모두 이 건물로 돼 있다. 하지만 이곳은 뉴질랜드 유명 회계법인 중 하나인 챗필드 회계법인이 본사로 쓰고 있고 다른 회사가 입주해 있지는 않았다.

이 건물 10층에 있는 회계법인으로 찾아가자 한국인 직원이 나왔다. “허 전 회장의 사무실을 찾아왔는데, 이 회사밖에 없다. 어떻게 된 일이냐.” 한국인 직원은 “담당자에게 보고해야 한다”며 자리를 떴다. 한참 뒤 뉴질랜드 여직원이 나와서 “나가 주세요, 많이 바빠요(Please leave! It’s very busy)”라며 답변을 거부했다.

이곳을 주소로 둔 서류상 회사인 가나다개발은 허 전 회장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003년 1월 2일에 설립됐는데, 그해 10월 앨버트스트리트에 있는 4417m² 규모의 윌슨 주차장을 2450만 달러(약 220억 원)에 매입한 뒤 7년 뒤 중국계 부동산 개발업체에 490억 원에 팔았다. 시세 차익을 무려 270억 원이나 거둔 것이다. 이 땅에는 당초 900채, 40층 규모의 고층 아파트를 지으려 했지만 공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허 전 회장이 지분 40%, 부인 황모 씨가 60%를 가진 KNZ인터내셔널은 홉슨스트리트에서 피오레 아파트 분양사업을 했다. 현재 입주가 진행되고 있다. 허 전 회장의 아들 스콧 허 씨가 100% 지분을 가진 KNZ건설은 마운트이든 지역에 피오레 2차 아파트를 분양하고 있다. 분양 2개월 만에 절반 이상 예약됐다. 회사 관계자는 “이든 기차역까지 3분 거리이고, 오클랜드 명문 사립학교도 2분 거리에 있어 한인은 물론이고 키위(뉴질랜드인을 일컫는 속어)에게도 인기가 좋다”고 자랑했다.

허 전 회장이 현지 법인 17곳 소재지를 모두 같은 회계법인에 둔 이유는 불분명하지만 통상 서류상 회사는 적은 비용으로 세무대리를 할 수 있는 회계법인에 본사를 두는 사례가 많다. 뉴질랜드의 한 변호사는 “현지 법에는 본사 주소를 밝히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허 전 회장이 서류상 회사를 통해 해외로 재산을 빼돌렸는지를 추적하고 있다.

3만 명 안팎의 현지 교민 사회는 허 전 회장 사건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한 교민은 “허 전 회장이 주로 돈 많은 중국인을 상대로 사업을 했지 한인들과는 교류가 없었다”고 말했다.

오클랜드=이윤상 채널A 기자 yy27@donga.com
#뉴질랜드#페이퍼 컴퍼니#오클랜드#챗필드 회계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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