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 7명에 집단폭행 당한 30代, 후유증 시달리다 자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8일 14시 33분


코멘트
10대들과 집단싸움 과정에서 폭행을 당한 후유증에 시달리던 30대 남성이 합의가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는데다 평소 생활고 탓에 수술비를 마련하지 못하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8일 울산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모 씨(32)와 10대들의 싸움은 지난해 12월 23일 오전 1시께 울산 중구 한 상가 엘리베이터에서 벌어졌다. 이 씨가 6층 노래방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왔다. 문이 열려 이 씨가 내리려 할 때 여고생 1명을 포함해 대부분 고등학교 졸업반인 10대 7명이 엘리베이터로 밀고 들어왔다.

미처 내리지 못한 이 씨의 "먼저 내리고 타라"는 훈계에 화가 난 이들은 이 씨를 집단으로 폭행했다. 무리에 끼어 있던 한 여고생은 볼펜으로 이 씨의 얼굴을 수차례 찍었고, 남자들은 이 씨를 둘러싸고 얼굴과 머리, 배 등을 집중적으로 폭행했다. 생명의 위협을 느낀 이 씨가 119에 신고하자 이들은 도망쳤다.

구급대의 도움으로 인근 병원으로 이송된 이 씨는 코뼈와 눈 주변의 뼈가 골절됐고 볼펜에 찔려 코에 구멍도 났다. 이 씨는 수술을 받고 8주간 입원 치료를 받았다. 고교생 1명도 코뼈가 부러지는 전치 3주의 부상을 입었다.

경찰은 사건 현장 주변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10대들을 검거했다. 경찰은 7명 중 폭행에 직접 가담한 고교생 5명과 이 씨 등 6명을 쌍방폭행 혐의로 입건하고, 지난달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런데 이 씨가 지난 11일 남구 달동 자택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은 이 씨가 폭행 후유증과 생활고 등을 비관해 자살했다고 경찰에서 주장했다. 특히 폭행 후유증으로 인한 두통이 심해 이 씨는 퇴원 후에도 진통제나 술을 먹지 않으면 잠을 자지 못한다고 가족에게 호소했다고 유족은 강조했다.

유족 측은 부산의 한 대학병원에서 진단을 받은 결과 외부충격으로 뇌의 혈관이 부풀어 오르는 부종현상에서 오는 통증으로 드러났으며 하루빨리 수술이 필요하다는 의사 소견이 있었다고 밝혔다.

문제는 약 600만 원인 수술비. 이 씨의 아버지는 암 투병 환자여서 평소 그가 생활비를 부담해왔으나 폭행 치료를 받으면서 돈을 못 벌어 생활형편이 더 나빠진 상태였다고 한다. 8주간의 병원비도 삼촌이 대신 내줬다. 폭행사건에 대한 합의도 이뤄지지 않아 수술비 마련이 쉽지 않았다고 유족 측은 설명했다.

이 씨는 부산 병원을 다녀온 지 이틀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 측은 자신이 다치고 치료비마저 모자라자 처지를 비관한 것 같다며 합의만 됐어도 고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검찰은 이 사건을 보완 수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기사제보 dnew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