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게이머, 아파트 12층서 투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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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조작에 연루됐다” 페이스북에 글 남기고…
“불법토토 위해 팀 만들었다 해체”… 재활용품 창고 떨어져 목숨 건져

청소년으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롤) 전 프로게이머가 ‘승부조작’에 연루됐다는 글을 남기고 투신 자살을 시도해 파문이 일고 있다.

13일 오전 5시 56분경 부산 북구 금곡동의 한 아파트 재활용품 수집창고 바닥에서 천모 씨(22)가 신음하고 있는 것을 주민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발견 당시 천 씨는 온몸에 타박상과 골절상을 입은 채 “살려주세요”라고 외치고 있었다.

천 씨는 이 아파트 12층에서 뛰어내렸다가 1차로 패널 구조의 재활용품 수집창고 지붕에 떨어진 뒤 2차로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며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천 씨는 이날 투신하기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유서입니다. 오랜만에 글 쓰는데 안 좋은 소식을 전해 죄송해요. 이 글을 쓰고 5분 안에 저는 떠나요”라며 자살을 암시했다. 이어 “모두에게 게임 승부조작 관련은 롤 인벤에 올렸어요. 인벤 아이디는 AD 피미르고요. 이렇게 마지막 인사를 드리게 돼 죄송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천 씨는 이날 오전 커뮤니티 사이트인 ‘롤 인벤’에 ‘ahq Korea 승부조작 자백합니다’라는 폭로 글을 올렸다. 그는 자신이 소속됐던 게임 팀(ahq Korea)이 처음부터 승부조작을 위해 만들어졌고 감독이 불법 스포츠토토로 돈을 벌려고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나중에야 승부조작 사실을 알게 됐으며 감독이 승부조작을 계속 권유해 이를 거절하자 시즌 중간에 숙소를 없애고 팀을 해체했다”고 밝혔다.

천 씨는 이 사이트에서 감독의 속임수, 승부조작의 목적, 내용, 조작 이유까지를 상세히 소개했다. “게임을 잘할 자신이 있었지만 숙소에서 말할 수 없는 심리적 압박을 받았고 승부조작까지 겹치면서 연습에 매진할 수 없었다. 그렇게 내 프로 인생은 끝났다”고 적었다.

경찰은 투신 경위와 게임 승부조작 등에 대해 수사에 들어갔다. 한국e스포츠협회는 “이 사건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프로게이머 투신#승부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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