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대출’ KT자회사 직원 진술 “법인 인감 점심시간때 몰래 찍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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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업체 6곳 지분관계 얽힌 ‘공동체’
대표 4명 잠적… 돈 해외반출 의혹도
경찰 어제 압수수색… 서류 파기한 듯

KT ENS(KT 자회사) 직원과 짜고 수천억 원대 대출사기를 벌인 협력업체들에 대해 경찰이 11일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사건 공개 전 일부 업체들은 상당량의 서류를 파기하는 등 조직적으로 증거 인멸에 나선 정황이 포착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경제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과 인천 부평구 청천동에 있는 KT ENS 협력업체 5곳에 수사관들을 보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회계 관련 장부 등 서류를 확보했다. 협력업체 1곳은 자료를 직접 제출해 제외됐다. 이 업체들은 구속된 KT ENS 직원 김모 씨(51)와 짜고 허위 매출채권을 담보로 금융사 16곳으로부터 대출을 받은 곳이다. 경찰은 전체 대출 규모를 5000억 원 안팎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정확한 사기대출 규모를 파악 중이다.

그러나 경찰 수사 한 달여 전부터 사무실에서 서류 파기 작업이 시작되는 등 회사 차원의 증거 인멸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역삼동 업체의 관리업무를 맡았던 용역사 관계자는 본보 기자와 만나 “한 달 전부터 해당 업체가 많은 양의 서류를 파기하는 것이 목격됐고 얼마 전부터 대부분의 직원들이 출근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대출사기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엔에스쏘울 대표 전모 씨(49)는 이달 3일 홍콩으로 출국한 상태다. 다른 대표 5명 가운데 3명도 비슷한 시기에 잠적했다. 경찰은 KT ENS 직원 김 씨가 잠적한 일부 대표들과 함께 범행을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김 씨가 “담당 직원이 점심시간에 자리를 비울 때 법인 인감을 가져와 찍었다”고 진술함에 따라 KT ENS 내 다른 직원의 공모 여부를 수사 중이다.

협력업체 6곳이 서로 지분관계로 얽히며 대출 사기를 조직적으로 공모한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엔에스쏘울 대표 전 씨는 중앙티앤씨와 컬트모바일의 2대 주주인 것으로 확인됐다. 중앙티앤씨도 아이지일렉콤 등 나머지 업체와 지분관계로 연결됐다. 또 6곳 모두 한국스마트산업협회의 주요 임원으로 함께 활동한 것으로 밝혀져 협회를 둘러싼 의혹도 커지고 있다. 중앙티앤씨의 서모 대표는 2012년 협회 2대 회장으로 취임했으며 나머지 5개 업체 대표도 협회 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들이 겉으로는 독립됐지만 실질적으로는 서로 연관된 회사”라며 “처음부터 사기 대출에 조직적으로 공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3000억 원대에 이르는 대출잔액이 ‘돌려 막기’ 외에 어디로 흘러들어갔는지 사용처를 집중 추적 중이다. 협력업체들의 복잡한 관계로 볼 때 대출금이 계열사 인수 등에 쓰였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 업체가 홍콩에 페이퍼컴퍼니를 운영 중인 것으로 파악돼 해외로 불법 반출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또 코스닥 상장사인 다스텍의 2대 주주가 엔에스쏘울로 밝혀졌다. 엔에스쏘울은 2011년 다스텍 지분 11.9%를 사들였다. 금융당국은 다스텍의 김모 대표가 저축은행, 보험사 등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김 대표가 이번 사기 대출에 관여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조동주 djc@donga.com·정임수 기자
#사기대출#KT자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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