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경북도청 안동 신청사 아직 문도 안열었는데… 제2청사 설치 놓고 ‘남-북 갈등’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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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말 경북도청이 안동으로 이전하는 가운데 경북 동남권에 도청 제2청사를 설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신도청과의 접근성이 떨어져 민원 및 행정업무 처리에 불편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자치단체들의 2청사 유치전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도청 기능 분산에 따른 비효율성과 행정력 낭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찮아 설치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포항은 도청 2청사 유치에 적극적이다. 해양수산 분야 행정 수요가 다른 시군에 비해 많고 동남권 주변 도시와 접근성도 좋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뿐만 아니라 시장 선거 출마 예상자들도 2청사 신설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도청 이전이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경북 북부지역으로 결정됐다면 2청사는 동남권 지역민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꼭 설치해야 한다는 논리다.
박승대 포항지역발전협의회장은 “도청이 이전하는 12월에 포항∼서울 고속철도(KTX)가 개통돼 수도권까지 2시간이면 접근이 가능하다”며 “신도청까지 2시간 넘게 걸린다면 행정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 “도청 이전으로 포항을 비롯한 동남권 지역민의 불편과 시간 비용, 지역 발전의 상대적 지연 등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2청사 설치가 도지사 출마 후보자들의 공약이 돼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박승호 포항시장은 “경북 발전을 위해 동해안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2청사 포항 유치는 검토할 필요가 있다. 도지사 선거뿐만 아니라 시장 선거 공약에도 포함시켜 지역 국회의원, 경북도의원과 함께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포항시장 예비 후보들도 뜻을 같이하고 있다. 공원식 전 경북관광공사 사장과 이강덕 전 해양경찰청장은 최근 출마 기자회견에서 “해양수산 관련 행정은 연관 산업 성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2청사의 포항 설치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지자체들은 2청사에 대해 공감을 하면서도 포항이 입지 후보지를 선점하려는 분위기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충분한 여론을 수렴해야 하는데도 특정 지역을 내세우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영천시 관계자는 “내륙 교통 접근성만 보더라도 동해안에 치우친 포항보다 영천의 장점이 많다. 항공우주산업과 경마산업 등 경북도와 긴밀히 협의해야 할 정책 수요도 많은 만큼 2청사가 설치된다면 영천이 오히려 적당하다”고 말했다. 경주시 관계자도 “2청사 설립은 경북 전체의 문제인데도 무조건 포항이 돼야 한다는 분위기는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설치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다. 안동 영주 문경 상주 예천 등 경북 북부지역 11개 시군의회의장협의회는 최근 모임에서 2청사 설치 주장에 우려를 나타냈다. 우종우 협의회 회장(의성군의회 의장)은 “도청이 이전하기 전에 2청사를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신도청을 운영해본 뒤 문제가 발생할 경우 2청사를 고려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우 회장은 “도청 이전과 신도시 조성이 성공하려면 초기에 모든 행정 기능과 유관기관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경북도청 신청사 공정은 60%이며 10월경 공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최대진 도청이전추진본부장은 “2청사 설치는 지자체끼리 경쟁과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 기능별 출장소 형태를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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