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11년 고비 넘자… 국립의료원 이전 또 고비

  • 동아일보

원지동 이전 확정에 서울중구 반발

11년간 지지부진했던 서울 중구 을지로 국립중앙의료원의 서초구 원지동 이전이 확정됐다. 그러자 이번에는 중구에서 강하게 반발하면서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서울 도심권 저소득층의 공공의료 혜택이 박탈된다는 이유 때문이다. 국립의료원을 이전할 때 함께 짓기로 한 중증외상센터는 아직 계획조차 세우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국립중앙의료원이 반쪽 추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 11년 갈등 풀자마자 다시 반발

1일 국회는 국립의료원 이전을 위한 올해 예산 165억 원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국립의료원은 신축·이전 기본계획안을 발표했다. 의료원은 2018년 이전 완료를 목표로 6만9575m² 용지에 약 700병상을 새로 지을 예정이다.

국립의료원 이전 문제는 2003년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이 원지동 서울추모공원 건립에 따른 주민 설득 방안으로 의료원 이전을 제시하면서 시작됐다. 2010년 서울시와 국립의료원이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지만 토지 매입비용 등을 두고 서울시와 보건복지부가 이견을 보여 지연돼 왔다. 이전이 늦어지는 사이 2012년 추모공원이 정상 운영에 들어가자 서초구민들이 “기피시설만 보내고 의료원 이전 약속은 지키지 않는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립의료원 이전이 확정되자 중구 의회는 20일 성명을 내고 “국립의료원은 중구뿐만 아니라 서울 중부지역의 보건의료 정책을 선도해 왔다”며 “특히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공공의료기관인 만큼 이전하면 도심권 의료 공백 등 심각한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전 계획을 즉각 중단하고 현재 의료원 건물의 시설 현대화 사업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모색하라”고 덧붙였다.

복지부와 서울시, 의료원 측은 지난해 12월부터 이전 문제를 놓고 실무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의료 공백 해소 방안을 마련하도록 조건이 달려 있어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도 “당초 복지부는 제값을 받고 땅을 팔기 어렵다며 을지로 용지에 다른 공공의료시설을 짓는 것을 반대했지만 방침이 바뀌었다”며 “올해 상반기 중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주변 지구단위계획을 확정할 때 어떤 식으로든 의료 기능을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 중증외상센터는 오리무중

국립의료원은 이전과 함께 병원 건물과 별도로 250병상 규모의 중증외상센터를 짓고 중증외상, 감염질환, 긴급재난 등 특수진료 기능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 규모와 예산을 놓고 복지부와 협의가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증외상센터는 산업재해, 교통사고, 추락 등으로 중증외상환자가 발생했을 때 언제나 병원 도착 즉시 응급수술이 가능하고 외상전용 병실 및 수술실, 장비, 전문 인력을 갖춘 의료시설. 정부는 2015년까지 시도별 1곳씩 17개의 권역외상센터를 설치하고, 국립의료원이 신축·이전할 때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외상센터를 지을 방침이었다.

그러나 올해 확보한 예산은 이전 용지 계약금과 토지 감정평가 비용, 병원 설계를 위한 용역비에 불과하다. 용지 이전계획 수립 당시에 비해 원지동 땅값이 올라 현 의료원 용지를 팔더라도 추가 재정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번에 건강증진기금에서 지원되는 원지동 이전 예산은 반영됐지만, 응급의료기금을 통해 별도로 지원되는 외상센터 예산은 아직 구체적인 윤곽마저 나오지 않은 상태다.

국립의료원이 별도의 중증외상센터를 짓겠다고 한 데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신축건물 내에 외상센터 기능을 넣는 것이지 별도의 건물을 또 지을 필요가 있느냐”며 “아직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도 받지 않아 외상센터 규모를 어떻게 할지는 더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국립의료원#중증외상센터#원지동 이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